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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2000]부시 "백악관이 보인다"

입력 | 2000-12-05 18:52:00


《‘사법의 저울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연방 대법원과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이 4일 부시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내림에 따라 미 대선의 향배는 결국 ‘부시 당선’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사법부의 판단이 부시 후보에겐 ‘슬램 덩크’처럼 장쾌한 승리를 안겨준 반면 고어 후보에겐 ‘블랙 먼데이’를 맞게 했다”고 비유했다.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지난달 7일 대선 이후 한달 동안 마라톤 경주를 한 결과 부시 후보가 먼저 결승점이 있는 경기장에 들어서 결승 테이프를 향해 달리고 있는 형국이 됐다고 비유한 언론도 있다. 그만큼 두 후보의 명암은 극명히 대비된다.》

4일 내려진 두 건의 판결 중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의 판결은 고어 후보에게 치명적이다.

연방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돌려보냈을 뿐 명확히 한 쪽 편을 들지는 않았다. 연방 대법원이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일부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가 최종 개표결과에 반영되도록 개표보고 마감시한을 지난달 14일에서 26일로 연기하라는 판결은 근거가 없다는 논리를 재심명령을 내린 논거로 삼았다.

이에 따라 고어 후보측 변호사인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연방 대법원 판결이 현재 진행중인 소송의 본질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고어 후보측은 막판 뒤집기에 필수적인 수작업 재검표의 위법 여부를 연방 대법원이 판단하지 않은 것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재심은 어쨌든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어서 민주당측에는 불리하다. 민주당으로서는 플로리다주의 선거인단 선출일인 12일까지는 재검표가 완료돼야 역전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특히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이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등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 재개 요구를 기각한 데 대해 땅을 치며 아쉬워하고 있다. 순회법원이 수작업 재검표의 당위성을 민주당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은 고어 후보로서는 뼈아픈 대목. 아메리카대의 앨런 리히트먼 교수는 “순회법원 판결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이를 뒤집을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은 것”이라고 단정했다.

물론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개표보고 마감시한 연장과 수작업 재개의 합법성을 거듭 확인할 수도 있다. 이를 근거로 일부 카운티의 무효처리된 1만3000여표를 재검표하도록 명령해 고어 후보에게 역전의 실마리를 제공할 가능성도 아직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경우 대법관 7명 중 6명이 민주당 정권에서 임명된 데다 그동안의 판결 경향도 대체로 진보적 성향을 보여왔고 스스로의 결정을 뒤집는 것은 권위 실추를 자청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고어 후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한 관계자도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렵게 고어 후보가 법정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게 되더라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 의회가 직접 선거인단을 선출할 수 있다는 ‘최후의 카드’가 공화당에 남아있다.

이번 대선에서 줄곧 고어 후보를 편들어 온 뉴욕타임스지가 5일자에서 “야구경기의 9회말 역전은 자주 나오는 게 아니다”고 보도한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종합 관전평이라고 할 수 있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