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터져나온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의 2선 퇴진론은 이전에 간헐적으로 제기돼 온 권최고위원 2선 퇴진론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선 당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앞에서 권최고위원 퇴진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자리에는 권최고위원도 있었다. 그리고 세간의 루머를 전하는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권최고위원을 빗대 ‘제2의 김현철(金賢哲·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또한 권최고위원의 퇴진론은 당내 상당수 소장파 의원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1일 초선의원 모임에서는 아예 한걸음 더 나아가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과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과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 등 당과 청와대 동교동계 인사들의 퇴진까지 거론됐다.
▼관련기사▼
'권노갑퇴진' 공론화…민주 권력갈등 증폭
[권노갑 퇴진 공론화]정동영의원 인터뷰
[권노갑 퇴진 공론화]초선 11명 "소문내면 무산" 극비회동
동교동계 퇴진 요구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조직화할 가능성도 있다. 초선의원 모임의 참석자들이 모임에서 나온 얘기를 정리해 김대통령에게 집단으로 건의키로 한 것도 이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편 권최고위원은 최고위원 회의가 끝난 뒤 청와대를 나서면서 “나보고 ‘제2의 김현철’이라니….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은 명색이 ‘한나라당 흑색선전 공작정치 근절대책위원회’를 맡고 있는 사람 아니냐. 그런데 대통령 앞에서 그런 증권가 루머집이나 들이밀다니 말이 되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최고위원측은 그동안 갈등관계에 있던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측이 ‘배후’일지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권최고위원 퇴진론은 ‘양갑(兩甲·권노갑 한화갑)’의 파워게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은 “만일 이번 건이 당내 파워게임으로 비화한다면 당 쇄신 작업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초선의원은 “누구누구가 퇴진하는 차원이 아니라 총체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최고위원 등 동교동계 퇴진론은 김대통령의 연말 당정개편 및 향후 정국운영 구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교동계 퇴진이 현실화되면 여권의 세력판도도 새롭게 짜일 가능성이 크다. 자연 여권의 차기대선후보 경선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권최고위원의 한 측근이 “당내 일부 인사들이 권최고위원에게 가지고 있는 불만의 진짜 원인은 권최고위원이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을 감싸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