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김영현(24·LG투자증권)이 과연 천하장사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까.
올 시즌 씨름판을 마감하는 2000 천하장사 씨름대회(8∼10일·안양)의 최대 관심사는 김영현의 천하장사 3연패 여부. 95년 천하장사 대회가 연말에 단 한차례 열리는 것으로 대회 방식이 바뀐 뒤 아직 3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없다. 이전에도 천하장사 3연패는 이만기와 강호동 뿐. 당연히 이번 대회를 향한 김영현의 집념은 대단하다. 하지만 도전자들이 결코 만만찮은데….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2000년은 김영현에게 부침이 심했던 해. 시즌 출발은 부진했다. 3월 장흥대회와 5월 하동대회에서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지난해 연봉협상을 벌이느라 겨울연습을 못한 결과가 아니냐”며 수군댔지만 스스로는 “그저 경기에서 찬스를 잡지 못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가 6월과 9월, 거창대회와 동해대회에서 백두장사와 지역장사를 휩쓸어 ‘2연속 2관왕’에 오르며 다시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달 양산대회에서도 우승해 6개 대회 중 3개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공포의 밀어치기〓김영현이 시즌 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특기인 밀어치기. 김영현이 밀어치기 기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승부에 유리하기 때문. “밀어치기는 보기에 재미없다”는 말에 대해 김영현은 “밀어치기는 반격을 당할 위험이 가장 적은 기술”이라고 되받는다. 게다가 큰 키(2m17)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밀어치기만한 것이 없다. 연습할 때는 들배지기와 밭다리도 열심히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천하장사대회에서도 밀어치기를 가장 많이 쓸 것 같다.
▽불안한 속내〓올해 씨름선수 중 최고의 성적을 올린 김영현이지만 천하장사 대회를 앞두고는 선뜻 “자신 있다”는 말을 못했다. 오히려 불안하다. 갑자기 줄어든 몸무게 때문이다. 한창 때 156㎏이던 체중이 요즘 148㎏까지 빠졌다. 병원에서 진단까지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몸무게가 빠지자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기술을 거는데도 문제가 생겼다. LG 이준희 감독이 가장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
게다가 ‘라이벌’ 이태현과 신봉민(이상 현대)이 부상에서 회복했고 황규연(신창)의 기량도 급상승했다. 호락호락한 상대가 없다.
▽마음을 다잡고〓김영현은 3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경기장에도 찾아오고 감독에게 소개도 시켰다. 슬그머니 결혼계획을 묻자 한마디로 “잘 모르겠다”고 잘라버린다. 여자친구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말라는 투다. 그러면서 “선수가 운동에만 신경을 써야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인다. 천하장사대회를 앞둔 김영현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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