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5일 보도진과 만날 때 모두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부시 후보의 웃음에 승자의 여유가 배어 있다면 고어 후보의 웃음에선 쓰라린 패배감을 감춘 공허함이 묻어 나왔다.
▼CIA 브리핑에 흡족▼
부시 후보는 이날 최후까지 대선에 관한 법정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고어 후보에게 승자로서의 아량과 동정심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밤 CBS 방송이 방영한 ‘60분(60 minutes)’ 프로그램에서 고어 후보를 ‘참담한 패배자’로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누구를 뭐라고 부를 때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에 앞서 텍사스주 오스틴의 주지사 관저 앞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도 “고어 후보가 내려야 할 결정은 매우 어려운 것이고 나는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 전날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고어 후보의 패배인정을 촉구하지는 않았다.
부시 후보는 이날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안보 관련 브리핑을 처음 받은 뒤 “브리핑 내용이 좋았다”고 만족을 표시하고 “이같은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한 클린턴 행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정 시비가 일단락 되는 대로 자신이 임명할 차기 행정부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정권인수작업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어 후보는 이날 백악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7일 열릴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심리에 대해 “낙관적이라는 느낌 외에는 없으며 이는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 있는 나의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부시 당선 이르면 8일 확정
개표 한달만에 당선 윤곽
부시 '정권인수 웹사이트' 등장
▼고어 '마음의 준비' 시사▼
그는 전날 연방 대법원과 플로리다주 리온 카운티 순회법원이 부시 후보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연방 대법원 판결은 불리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순회법원 판결은 처음부터 예상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또 “나는 내가 당선될 가능성과 질 가능성이 아직도 50 대 50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나 “모든 논란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해 이제 법정 다툼을 마무리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