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자를 가리기 위한 혼란이 7일 꼭 한 달이 됐다. 지난달 7일 대선 실시 후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여러 차례 판세를 뒤집었다. 유례없는 개표 혼란은 무려 한 달만에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으나 공화 민주당의 한치 양보 없는 대결은 민주국가 미국에 이미 커다란 흠집을 남겼다.
법원이 차기 대통령을 가리게 된 초유의 사태는 선거 당일 미 언론이 출구조사를 토대로 플로리다주(선거인단 25명)에서 고어 후보의 승리를 예견했다가 개표가 진행되면서 두 후보의 경합으로 나타나자 이를 번복하면서 시작됐다.
미 언론은 다음날인 8일 새벽엔 부시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수가 넘는 271명을 확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가 또 취소하는 ‘세기의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 바람에 고어 후보는 부시 후보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었다가 번복했고 세계 각국 수반들도 축전을 보냈다가 취소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플로리다주에서는 580만여표에 대한 1차 개표 결과 부시 후보가 고어 후보에게 1784표를 앞섰으나 표차가 전체 투표수의 0.5%가 안돼 주 선거법에 따른 재검표가 실시됐다. 이 결과 일반 투표와 해외 부재자 투표를 합친 표차는 930표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혼란스러운 나비형 투표 용지로 논란이 빚어진 팜비치 카운티 등의 수작업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섰고 공화당은 수작업 재검표 금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내 양측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또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은 법정 개표 보고 마감시한인 지난달 14일 이후 접수되는 개표보고는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마감시한을 26일로 연기하고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인정하도록 판결했다.
잇단 혼미와 반전 끝에 플로리다주가 인증한 최종 개표결과에선 부시 후보가 고어 후보에게 537표를 이겼으나 법정 공방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방대법원은 1일 플로리다주의 수작업 재검표에 대한 심리 결과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개표 마감 보고시한을 연장한 것은 근거가 없으니 재심하도록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리온 카운티 순회법원은 민주당이 요구한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등의 무효표 1만3000여표에 대한 재검표 요구를 기각, 고어 후보에게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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