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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한국 과학교육 '빨간불'…이론 치중 호감도 떨어져

입력 | 2000-12-06 18:45:00


우리나라 과학 교육에 ‘빨간 불’이 켜졌다.

중학생들의 수학 과학 성적이 각각 세계 2, 5위로 상위권이긴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취도와 성적 상승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일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지난해 38개 회원국의 중학교 2학년생(만13세)을 대상으로 ‘수학 과학 성취도 비교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은 수학에서 2위, 과학에서 5위였다고 밝혔다.

4년마다 실시되는 이 조사에 98년 9월부터 99년 6월까지 38개국 18만700명이 참가했고 한국에서는 150개교 6285명이 평가를 받았다.

▽수학 성취도〓한국은 95년 평가에서 3위를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2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싱가포르는 두 차례 연속 1위를 지켰고 일본은 2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95년 평가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대만은 3위를 차지하는 두각을 나타냈다.

싱가포르 한국 대만 홍콩 일본 등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캐나다(8위) 미국(13위) 영국(13위) 등을 제치고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95년 초등학교 4학년 때 한차례 평가를 받은 지금 중학교 2년생의 4년간 성취도는 국가 비교로는 3위에서 2위로 올라섰지만 성취도 상승폭은 한국이 7점인 반면 홍콩 25점, 싱가포르 14점, 일본 12점, 네덜란드 11점 등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95년 당시 초등학교 4년생이 2위를 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성장해 중학교에서 얻은 등수도 똑같은 2위로 등수에 변화가 없었다.

▽과학 성취도〓95년 한국은 4위였으나 99년에는 5위로 한 단계 떨어졌다. 95, 99년의 중학교 2년생을 단순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5년 당시 초등학교 4년생이었던 현 중학교 2년생의 성취도를 국가별로 비교해 보면 우리 과학 교육에 뭔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5년 한국은 2위인 일본보다 23점 많은 576점으로 1위였으나 99년에는 5위로 추락하면서 평균 성적도 27점이나 떨어졌다. 첫 참가한 대만이 1위를 차지했고 10위였던 싱가포르는 무려 44점이나 올라 2위로 8단계 상승했다. 헝가리도 13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과학 영역별로는 ‘과학의 본성(원리)’ ‘물리’에서는 2, 4위로 강세를 보였으나 ‘생물’(11위) ‘화학’(9위) 등에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 성취도 약진〓남녀 학생의 평균 성적을 보면 수학은 남학생(590점)과 여학생(585점)이 5점차, 과학은 남학생(559점)과 여학생(538점)이 21점차였다.

95년에는 남학생이 수학에서 여학생보다 17점, 과학은 29점 앞섰던데 비하면 여학생의 성적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부 만족도〓한국 중학생들은 상위권이면서도 수학 과학에 대한 자신감은 수학 32위, 과학 21위로 하위권. 과목 호감도도 수학이 38위로 꼴찌, 과학은 22위로 역시 하위권을 맴돌았다.

대학 진학 희망 비율은 미국 78%에 이어 76%로 세계 2위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학생들이 선호도와 상관없이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수업 시간은 225시간으로 세계 최고.

▽무엇이 문제인가〓교육부는 ‘학력 저하’ 우려를 일축해 왔다. 당장 상위권에 들었다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는 과학에 관심이 많다가도 중학교부터는 ‘공부’를 강조하면서 과학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다.

교육부에 과학교육정책 전문가가 한 명도 없고 일선에선 실험 실습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이론 수업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