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독일 양심의 표상’이던 빌리 브란트 전 서독총리가 6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동상으로 다시 살아났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폴란드 지도자들과 함께 바르샤바의 유대인 거주구역(게토)을 찾아 무릎을 꿇고 참회하는 모습의 브란트 부조상(像)을 제막했다.
브란트 전 총리는 1970년 이곳을 찾아 나치에 의해 희생된 폴란드 유대인들을 기리는 기념비에 헌화하던 중 빗물이 흥건한 바닥에 돌연 무릎을 꿇고 독일을 대표해 용서를 빌었다. 그는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진으로 전세계에 전해진 브란트 전총리의 모습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독일과 폴란드는 이 해에 관계를 정상화했다. 브란트 전총리는 동방정책을 통해 폴란드 등 동유럽과의 화해를 이룬 공로로 7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92년 브란트 전총리가 숨지자 폴란드 정부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가 무릎을 꿇었던 곳을 ‘빌리 브란트의 거리’로 개명했다.
슈뢰더 총리는 6일 제막사를 통해 “브란트 전총리는 위대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냈다”고 선배 총리를 기렸다. 예르지 키흘러 폴란드 유대인협회장은 “그는 양국이 장래를 위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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