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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인터뷰]만든 이재용 감독 "멜로는 당의정"

입력 | 2000-12-07 18:50:00


이재용 감독(35)에게 ‘순애보’는 98년 전국 9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던 데뷔작 ‘정사’ 이후 두번째 영화. 고급스러운 취향의 ‘정사’와 달리 ‘순애보’는 서민적인 분위기의 영화다. 그는 계속 “대학 입학 전엔 서울에 와본 적도 없는데…”하며 “‘순애보’가 실제의 나와 더 가깝다”고 강조했다.

―‘정사’와 ‘순애보’의 남자 주인공(우인)은 이름도 같고 배우(이정재)도 같은데….

“우인은 ‘정사’의 작가가 지은 이름인데 느낌이 좋아 ‘순애보’에도 썼다. 이 영화의 모티브인 ‘우연과 인연’과도 연결되는 것같지 않은가. 또 이정재는 이미지가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배우다. 장동건이 동사무소 직원이면 어울리겠나.”

―‘순애보’는 멜로적 요소가 애매하고 주인공들은 아주 평범하다.

“이 영화의 멜로는 당의정같은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멜로가 아니라 동떨어진 공간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도 잘 모르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고, 세상이 그런 우연으로 가득차 있다는 아이러니에 대한 것이다.”

―반면 주인공 주변 인물들은 동성애자, 미혼모 등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뿐이다.

“낯선 것과 평범한 것이 충돌해 벌어지는 작은 이야기가 기복이 심한 이야기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봤다. 아웃사이더인 주변 인물 묘사에는 때로 비관적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 생각의 일단이 반영돼 있다.”

―눈썰미가 좋은 관객이라면 재미있어할 유머들이 많은데….

“아사코의 머리와 옷은 ‘비브르 사 비’의 여주인공 안나를 본땄는데 그렇게 관객이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은 설정을 곳곳에 심었다. 우인이 미아를 뒤따라 들어간 카페 벽면의 낙서를 기억하는가? 가로로 쓰인 벽면의 낙서를 비스듬하게 세로로 읽으면 ‘죽인다, 순애보’가 된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