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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따뜻한 가족영화"희망은 있답니다"

입력 | 2000-12-07 18:57:00

▲치킨런(위)과 그린치


가족영화의 계절인 겨울, 모처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만한 영화 ‘치킨 런(Chicken Run)’과 ‘그린치(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가 다음 주말인 16일 동시에 개봉된다. ‘치킨 런’은 6월 미국에서 개봉돼 1억1000만달러를 벌며 흥행에 성공한 애니메이션이며 ‘그린치’는 현재 미국에서 3주째 흥행 1위인 영화. 두 영화의 매력과 공통점을 비교해보면….

두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가장 큰 볼거리는 제목 그대로 ‘닭’과 초록 괴물인 ‘그린치’다. ‘치킨 런’의 닭들은 점토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 동작을 만드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촬영됐다. 93년 ‘월레스 & 그로밋’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타는 등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국 아드만사는 80마리의 닭들을 일일이 빚고 움직여 자연스러운 동작을 만들어냈다. 닭들의 댄스 파티, 치킨 파이 기계안의 모험 장면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정교하다.

반면 ‘그린치’의 초록 괴물 그린치는 배우 짐 캐리가 온 몸을 초록색 털로 뒤덮은 분장을 한 채 연기한 것. 촬영할 때마다 3시간씩 걸리는 두꺼운 분장을 하고도 짐 캐리는 그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을만큼 변화무쌍한 그린치의 표정과 동작을 만들어냈다.

여성들의 용기가 ‘치킨 런’에서는 자유를, ‘그린치’에서는 평화를 가져온다는 점이 두 영화의 공통점. ‘치킨 런’의 젊은 암탉 진저는 지옥같은 농장을 탈출하자고 닭들을 설득한다.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진저는 서커스단을 탈출해 농장으로 날아온 미국 수탉 록키에게 나는 법을 배우던 중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닭들을 설득해 탈출용 비행기를 만든다.

한편 ‘그린치’의 소녀 신디는 유일하게 편견에 물들지 않은 마음을 지녔다. 외톨이 그린치를 동정하는 신디는 마을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그린치의 동굴을 직접 찾아가 크리스마스 축제 초대장을 준다. 심통이 난 그린치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훔치러 다닐 때에도 신디는 그를 산타클로스로 착각하고 “그린치도 잊지 마세요”하고 부탁한다. 신디의 용기와 따뜻한 마음은 그린치의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고, 해피 엔딩을 이끌어 낸다.

‘치킨 런’에서 늘 심각한 진저는 “진실을 바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수탉 록키는 “심각한 이야기일수록 돌려서 말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멜 깁슨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록키는 유머가 넘치고 닭들을 위해 댄스 파티도 열어준다. 록키는 웃음이 어려운 상황을 견디는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의 영향을 받은 진저는 동료 닭들에 대한 질타를 멈추고 따뜻하게 격려하기 시작한다.

또 ‘그린치’에서 마을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모두 훔쳤는데도, 없으면 없는대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사람들을 본 그린치는 ‘크리스마스의 행복은 선물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신디의 애정 덕택에 개과천선한 그린치는 “아무리 힘들어도 크리스마스엔 웃어야 한단다”하고 말한다. 너무 단순한 해피 엔딩이지만,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웃음의 힘을 가르쳐주기엔 부족하지 않다.

▼치킨런▼

잔인한 트위디 여사의 닭 농장. 포로수용소처럼 살벌한 이 농장에서 달걀을 못낳는 암탉들은 잡혀가 '닭요리'가 된다.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한 암탉 진저는 닭들을 설득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계속 실패한다. 좌절한 진저 앞에 어느날 하늘에서 수탉 록키가 뚝 떨어진다. 서커스단을 탈출한 록키를 나는 닭으로 착각한 진저는 그에게 농장을 탈출할 수 있도록 나는 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닭들은 나는 법을 배우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록키의 정체가 드러난다. 설상가상으로 트위디 여사는 아예 닭을 잡아 치킨파이 사업을 하기 위해 기계를 구입하는데….

▼그린치▼

크리스마스를 맞아 들썩거리는 후빌마을. 그러나 외딴 산에 강아지와 함께 사는 초록 괴물 그린치(짐 캐리)는 유독 크리스마스를 싫어하고, 마을 사람들도 그를 꺼린다. 꼬마 신디(테일러 멤센)는 그린치가 외모 때문에 상처받은 어리 시절이후 크리스마스를 싫어한다는 말을 듣고 이번 축제엔 그를 초대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축제에 참석한 뒤 또 농락당했다고 생각한 그린치는 복수를 위해 산타클로스로 위장하고 후빌 마을로 내려간다. 1957년에 쓰여진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감독은 '아폴로13'의 론 하워드. 내레이션은 앤서니 홉킨스가 맡았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