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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故 김용식 평전 펴낸 서기원씨

입력 | 2000-12-08 18:47:00


◇ 그는 축구계의 전설이었다

“그는 축구계의 손기정입니다. 영웅 대접을 받지 못했던 불우한 거인이지요.”

고(故) 김용식(金容植·1910∼1985) 선생의 평전 ‘어떤 인생’(명상)을 펴낸 SBS 축구 전문 캐스터인 서기원씨(63)는 그를 브라질의 펠레,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독일의 베켄바워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일본 대표선수 중 유일하게 참여한 이래 한국 축구의 뿌리가 된 선수입니다. 1954년 첫 축구교재인 ‘축구지도론’를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펴낸 선각적 지도자이기도 했지요.”

이런 공개적인 업적보다 서씨가 높게 평가하는 것은 그가 주창했던 ‘페어플레이 정신’. 서씨는 한국 축구 위기의 근원이 선수나 감독이 정정당당하게 겨뤄 페어플레이를 통해 이길 생각을 하지 않고 약은 수를 써서 이기려고 하는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서씨가 그에게 매료된 것은 그가 보여준 스포츠맨으로서의 불굴의 집념이었다. “김 선생은 일찍부터 서양선수와 맞서기 위해서는 개인기술 계발이 급선무임을 강조했어요. 그 하나로 스스로 매일 1시간씩 1만일 동안 ‘볼 리프팅’ 훈련을 묵묵히 실천했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42년이 지난 예순아홉 때까지 이를 계속했어요.”

서씨는 “그의 투지의 반만 배워도 한국 축구는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책 갈피마다 선생을 스포츠 우상이 아니라 쉼없이 자신을 연마한 스승으로 그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바램 때문이다. 경기 포천에 있는 선생의 묘소 묘비문을 책 뒷표지에 실은 것 역시 축구 후배들이 사표로 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묘비문 중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축구공과 피를 통하고 신경을 나누어 /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만든 / 불굴의 의지, 끊임없는 수련으로 / 스스로의 도를 완성한 만인의 스승…’(시인 김종길)

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