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세계화'는 언제쯤 현실화할까. 국내영화계의 의욕적인 해외진출 시도보다는 의외로 국외 여건에 힘입어 이런 꿈이 우리 앞에 의외로 빨리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광고출연료 인상을 거듭 요구하는 배우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국외영화계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광고출연료 인상을 요구하며 올들어 파업을 강행했던 미국 배우들이 내년에는 파업전열을 가다듬어 요구강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남아 등 해외영화시장이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관심권에 들어간 것.
할리우드 배우들은 올해 광고출연료 문제를 놓고 무려 6개월간 장기파업을 벌인끝에 광고업계 등과 출연료 인상에 합의, 촬영현장으로 복귀했으나 내년에는 작가 등과 합세해 총파업에 나설 것으로 예고돼 있는 상태다.
영화배우 및 스태프의 임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비명을 지르고 있는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차제에 비교적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해외 영화계와의 공동제작 등을 제작비 절감의 돌파구로 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우리 영화계의 해외합작 프로젝트도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려 충무로에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영화계의 조심스런 분석이다.
실제 이런 영화시장의 일대 변혁에 대비하려는 영화계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법률회사인 `모리슨 앤드 포레스터'의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 2명이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방문, 협회 고문변호사인 최정환씨 및 국내 영화인들과 간담회를 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내년초로 예상되는 미국 영화배우들의 총파업 문제를 비롯해 할리우드와 국내영화계의 합작제작 및 합작제작시 저작권과 배급 문제 등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영화인들은 특히 이들 미국측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로부터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한국측 영화사와 합작제작을 원하고 있다는 `값진 정보'를 취하는 소득도 거뒀다.
그럴 경우 할리우드가 자금을 대고 국내 영화계가 배우 및 스태프를 제작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최정환 변호사는 "할리우드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제작비 절감을 위한 묘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일단 향후 해외합작프로젝트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 국내 영화계의 철저한 사전준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이명조 기자]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