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좀머(Ron Sommer), 유럽 최대의 통신업체인 도이체텔레콤의 회장. 그는 50을 넘은 나이에도 매일 16시간씩 일하는 대단한 정력가다. 나아가 경쟁사를 제압하고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소 무모한 방법까지 동원하는 ‘불도저’ 같은 경영인이다.
좀머 회장은 지난해 텔레콤이탈리아를 인수하기 위해 오랜 동지였던 프랑스텔레콤와 제휴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당시 프랑스텔레콤은 도이체텔레콤의 행위를 배신이라며 법정 소송까지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텔레콤이탈리아 인수에 실패한 도이체텔레콤으로서는 강력한 우군을 적으로 만드는 우를 범한 꼴이었다.
올해는 AOL의 독일 인터넷 시장 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과거 국영 통신업체로의 독점력을 남용해 법정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인터넷 자회사가 말을 잘 듣지 않자 경영진을 갈아치웠다. 그는 “남들의 비난을 두려워했다면 이미 회장직을 그만두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95년 소니의 일본 법인 경영자에서 일약 유럽 최대의 통신업체인 도이체텔레콤 선장으로 영입된 좀머 회장은 도이체텔레콤을 세계 최고 통신업체로 만드는 것이 소원이다. 그러나 좀머 회장의 이러한 전략은 도이체텔레콤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아직도 유럽 최대 통신업체의 지위를 지키고 있는 도이체텔레콤이지만 규제 완화로 경쟁은 점점 격렬해져가고 과거 앉아서 큰 돈을 벌게 해주던 유선전화사업의 수익성을 날로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욱일승천하는 보다폰의 기세에 눌려 있다. 결국 살아남는 방법은 첨단 기술업체로의 변신뿐.
좀머 회장은 우선 대대적인 확장을 통한 원스톱 전략을 선택했다. 최근 55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미국의 보이스스트림와 영국 자회사인 원투원, 국내 이동통신사업부를 연결해 미국과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이동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이동통신은 물론 인터넷사업과 전자상거래,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도 소유하고 있다. 다소간의 무리로 빚이 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졌지만 사내외의 평가는 우호적이다. 사실 그가 도이체텔레콤의 회장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이사회에서 회장 보수를 너무 낮게 책정해 거물들이 취임을 꺼렸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그는 도이체텔레콤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AT&T가 회사 분할까지 발표하는 등 기존 대형 통신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선전하고 있다.
조 성 우(와이즈인포넷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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