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안에서 영화를 감상한다?’
개인용휴대단말기(PDA)가 정보기기의 차원을 넘어 예술 창작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PDA나 핸드헬드 PC처럼 손바닥만한 크기의 정보기기만을 위한 영화제가 처음으로 인터넷 사이트(newvenue.com/takeout)에서 열려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제의 이름은 ‘엄청나게 짜증나는 필름 페스티벌’. 69개 출품작은 모두 소니사의 핸드헬드 PC ‘클리에(CLI¤)’에서 상연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제작됐다. 영화의 길이는 대체로 4분을 넘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또 클리에의 운영체제(OS)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인 초당 12프레임, 16단계의 흑백 농도, 256컬러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수준의 화질을 기대했던 관람객이었다면 ‘짜증’을 낼 법한 영화제였다.
그러나 출품작의 내용과 형식 만큼은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가득차 있다. 카툰 무언극 컴퓨터 애니메이션 등 장르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서사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자막을 사용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최고상의 영예는 루이제 매키식의 ‘아이 러브 유’에 돌아갔다. 15초짜리 영상물인 ‘아이러브유’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송시(訟詩)를 벌레 3000여마리와 여인의 입술로 표현했다.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매키식은 “컴퓨터 바이러스에서 얻은 영감을 손바닥만한 크기의 무선단말기를 통해 즉시 남에게 ‘퍼뜨릴’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제작 동기를 설명했다.
“PDA의 단순함이 저를 매료시켰어요. 핵심 기능이래야 두꺼운 다이어리보다 나을 것이 없지만 무선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제 마음을 끌었답니다.” ‘손바닥 영화제’를 주최한 26세의 괴짜 청년 제이슨 위시노는 “단순한 정보기기를 통해서도 예술을 창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PDA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이에 적합한 프로그램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대체로 용량이 적어 다운로드하기 쉽도록 제작된다는 것이 특징. 클리에 전용 비디오플레이어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네릭미디어를 비롯, 팜시리즈와 포켓PC 전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액티브스카이사가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이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언더그라운드닷컴(underground.com) 시네마일렉트릭닷컴(cinemaelectric.com) 등의 웹사이트에서 PDA 전용 영화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내년 영화제 이름은 ‘지독하게 짜증나는 필름 페스티벌’로 정했어요. 그런데 최고상 이름은 아직까지도 못 정했죠. 칸영화제처럼 그냥 ‘황금종려상’이라고 할까요?” 위시노는 다음 영화제에서는 좀더 뛰어난 기술로 무장한 영화들이 출품될 것으로 기대했다.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