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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게임 우승 '386농민' 김종수씨… "농촌현실 알리는 계기"

입력 | 2000-12-10 18:09:00


네티즌은 결국 한국인의 얼굴로 ‘농촌’을 선택했다.

‘최후의 생존자’가 막을 내린 7일. 떠들썩한 환호성과 함께 카메라 세례를 받은 사람은 11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386세대 농부’ 김종수씨(38)였다. 마지막까지 생존해있던 5명의 참가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드림라인 등 5개 업체가 주관해 2개월간 닫힌 공간에서 공동 생활을하는 인터넷 생존게임 ‘5000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 김씨는 네티즌 투표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해 이날 상금 1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김씨는 “이 행사가 두달간 나를 지켜본 네티즌들에게 농촌의 아픈 현실을 전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을 받은 기쁨과 안타까운 농촌의 현실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그는 행사 내내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유기농법으로 기르고 매일 오후 4시 ‘김종수의 육종일기’를 진행하며 수입농산물, 농산물 유통, 귀농 문제 등을 구수한 사투리로 전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친 뒤 사회단체에서 일한 김씨는 87년 동국대학교에서 침술을 배운 후 89년 전남 해남 마산면에 귀농, 11년째 마을사람들에게 침술을 베풀며 농사를 짓고 있다.

“신경통으로 손가락이 굳은 마을 할머니에게 계속 침을 놔드렸는데 생존게임에 참가하는 두달 동안 못해드려 걱정이 되네요. 시골분이 멀리까지 나가서 치료를 받으셨을 것 같지 않은데….”

60일간 못한 일에 대해 김씨의 걱정이 이어진다.

“한참 추수철에 일을 못했네요. 마을 콤바인 중 한 대가 고장나서 손으로 벼베는 일손이 많이 달렸을 텐데요. 제가 벼베기 경력 8년에 마을에서 제일 빠르거든요.”

젊은 사람이 별로 없는 마을에는 컴퓨터도 많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은 더더욱 찾기 힘들다. 김씨는 “내가 생존게임하는 것을 지켜본 마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허허 웃는다.

상금 1억원으로는 침도 놓고 마을 회의도 할 수 있는 ‘마을쉼터’를 만들 계획. “컴퓨터도 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386 아저씨’가 젊은 참가자를 누르고 최후까지 살아남은 비결을 묻자 “네티즌은 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다소 뜻밖의 분석을 내놓는다.

“해남에서는 제가 젊은 축에 속해요. 새로운 제안이나 변화를 일궈내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죠. 그래서 마을 어른들에게 혼도 많이 났고요. 생존게임에서도 그냥 농촌에 살 때처럼 행동했어요.”

실제로 그는 ‘농촌공동체 생활’에 대한 동경과 매력에 빠져 95년 뜻이 맞는 사람들과 ‘마산살이 영농조합’을 만들어 공동경작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농촌문제를 이야기하다 김씨는 “얼마 전 주최측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동료를 웃겨야만 식사를 주겠다고 하길래 ‘먹을거리를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고 화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김씨는 햇볕이 없어 자라다 만 방울토마토와 오이 곁을 좀처럼 떠나지 못했다.

“저 꼬마들을 두고 발길이 안 떨어지네요….”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