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의 지존’ 이태현(24·현대중공업)이 2000년 천하장사에 우뚝 섰다.
이태현은 1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천하장사 씨름대회 결승에서 ‘들소’ 김경수(28·LG투자증권)를 맞아 내리 3판을 따내 새 천년 첫 천하장사에 등극하며 우승 상금 3000만원을 거머쥐었다.
이날 환호하는 그의 눈가엔 눈물이 스쳤고 그 눈물엔 ‘사무친 사연’이 있었다.
93년 데뷔한 이태현은 민속 씨름이 출범한 이후 상금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 지난달 양산장사씨름대회까지 3억5655만원의 상금을 받아 은퇴한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3억5821만원)를 넘어섰다.
이태현은 또 통산 승수에서도 1위에 올랐다. 이날 8강전에서 황규연(신창건설)에게 승리하면서 황대웅의 통산 최다승(329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4강전에서 김영현(LG)을 꺾으면서 새 기록을 세웠다. 이날까지 통산 331승98패.
이태현은 그동안 천하장사 타이틀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94년 부산 대회에서 백승일을 꺾고 한 차례 천하장사를 차지했을 뿐, 천하장사대회가 연말에 한 번 열리는 것으로 대회 규정이 바뀐 뒤부터는 천하장사에 오르지 못했다. 그것도 결승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96년은 김경수에게, 98년과 99년엔 김영현에게 잇달아 패해 ‘2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더구나 올해는 5월 하동대회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5개월 동안은 아예 뛰지도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
따라서 이날 이태현의 천하장사대회 우승은 6년만의 정상 재탈환과 동시에 부상에서의 재기를 선언한 것이어서 그 뜻이 더 크다. 눈물이 맺힐 만도 하다.
이태현은 결승 첫 판에서 들배지기를 걸어오는 김경수를 잡채기로 물리쳤고, 둘째판에서는 밭다리로 승부를 걸었다. 셋째판에선 특기인 들배지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태현은 최대 고비였던 준결승에서 지난해 천하장사 김영현을 밭다리와 들배지기로 꺾어 우승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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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위〓①이태현(현대)②김경수(LG)③신봉민(현대)④김영현(LG)⑤염원준(LG)⑥황규연(신창)⑦김동욱(현대)⑧정민혁(지한)
▼이태현 인터뷰▼
―6년 만에 천하장사에 오른 소감은….
“씨름하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올 봄 큰 부상을 당해 좌절할 뻔도 했지만 극복한 것이 기쁘다.”
―천하장사와는 유난히 인연이 없었는데….
“매년 전반기에는 잘 하다가 후반기만 되면 컨디션이 나빠졌다. 올해는 부상으로 경기를 많이 출전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득이 된 것 같다.”
―준결승 때 김영현은 어떻게 상대했나.
“양산 대회에서 패한 이후 작전을 바꿨다. 무조건 공격해 들어가기보다는 타이밍을 맞추는데 신경 썼다.”―대회를 앞두고 준비한 것이 있다면….
“씨름은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경기 자세를 바로잡는 것으로 대회를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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