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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허문명/석연찮은 '인사기록' 해명

입력 | 2000-12-10 18:30:00


7일 오후 1시반경 박금성(朴金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접 인사기록카드를 들고 서울 경찰청 기자실에 나타났다. 출신고교가 명확치 않다는 의혹에 대해 본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기자단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그의 인사기록카드에는 ‘목포해양고등학교’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으나 ‘목포’와 ‘학교’ 사이에 ‘해양고등’이라는 단어를 끼워 넣은 흔적이 뚜렷했다. 그는 “3년 전 모 주간지에 ‘목포고’ 출신으로 나온 뒤 확인해 보니 작성자의 입력오류임이 밝혀져 ‘해양고등’을 끼워 넣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해명은 석연치 않았다. 5일 인사발표와 동시에 배포된 프로필이나 경찰청 전산기록에는 ‘목포고’로 기재돼 있었다. 또 그동안 보도된 기사들을 검색해본 결과 이번 경찰인사 직전까지 그의 학력은 ‘목포고’로 명시돼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내 잘못이 아니라 전산직원과 언론의 잘못”이라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왜 이제야 출신고교에 대한 해명에 나선 것일까. 의도적으로 학력을 속일 의사는 없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내용을 미리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편의에 따라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조선대 3년 중퇴’ 학력에 대해서도 처음엔 “야간대학 3학년에 편입했다”고 했다가 나중에 “청강생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9일 그가 사퇴한 데 대해 안타까워하는 시선들도 없지 않다. 목포고나 목포해양고나 다 같은 목포인데 너무 심하지 않은가, 청강생이든 중퇴든 조선대를 다녔다니 그것으로 되지 않았느냐는 항변들이다.

과거에는 적당히 양해가 되기도 했지만 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시대로 변화했다는 사실을 그가 좀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박씨의 도중하차는 잘못된 기록을 적당히 이용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본인의 모호한 태도, 순리를 거스른 무리한 인사가 몰고 온 불명예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