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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개편 '고민의 계절'… 세가지 주요 변수

입력 | 2000-12-10 18:43:00


당정개편을 둘러싸고 여권 내 논의가 분분하다.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정개편의 폭과 방향을 결정할 몇 가지 기본변수들을 점검해본다.

▽일괄개편이냐, 분리개편이냐〓당과 청와대는 언제든 개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개각에 대해선 유동적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내년 2월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4대 개혁의 마무리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개혁작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각이 동요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 현 시점에선 개각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여권 내에 우세한 편이다. 당과 청와대 개편은 연말에, 개각은 4대 개혁이 끝나는 내년 3월경에 하자는 ‘분리 개편론’이 그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내각은 그대로 놓아둔 채 당과 청와대만 개편하는 것으로는 ‘총체적 쇄신’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따라서 부득이 분리개편을 하게 될 경우엔 청와대의 개편폭이 의외로 커질 수 있다.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이나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 등도 경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국가정보원의 개편문제는 또 다른 차원에서 김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의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내년 3월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정원의 개편 필요성과 임원장의 역할 및 업무효율성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민련 변수〓‘DJP공조’ 복원을 위한 고려가 당정쇄신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소수여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원내 주도권을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정계개편’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현실성이 별로 없는 만큼 자민련과의 ‘콘크리트 연대’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자민련과의 공조복원은 곧 당정쇄신 과정에서 자민련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벌써부터 개각이 이뤄지면 자민련 현역의원 2, 3명의 입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대표 등 지도부 교체도 자민련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적어도 양당간에 ‘말이 통할 수 있는’ 인물이 기용돼야 한다는 것. ‘DJP조율’을 물밑에서 담당해온 한비서실장의 거취가 관심을 끄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권내 파워게임의 향배〓‘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 2선 퇴진론’으로 불거진 여권 내 파워게임의 향배도 당정개편과 직결되는 문제다. 권최고위원측은 대대적인 당정쇄신에 대해 소극적이다. 당3역의 교체는 몰라도 청와대의 라인업은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권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반면 ‘반권(反權)’라인에서는 권최고위원측 인사들을 대거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권최고위원과 가까운 청와대의 한광옥실장, 남궁진정무수석 등도 동반 교체해야 한다는 것.

양측간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당정개편 과정에서 김대통령이 권최고위원측만 사퇴시킬 것인지, 아니면 ‘반권’라인의 구심점으로 알려진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측까지 조치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도 관심사다.

‘양갑(兩甲)’ 퇴진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양측을 중재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을 중용해 교통정리를 맡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