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자신하며 준비해온 대회가 느닷없이 연기된다면….
더구나 그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1인자라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허탈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남자 탁구의 간판 김택수(30·대우증권)는 안도의 한숨을 먼저 내쉬었다.
김택수는 11일 개막한 전국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7일 일본에서 돌아왔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슈퍼서키트 리그에 참가하고 있었던 것. 16일 경기를 마친 뒤 다음주로 예정됐던 실업왕 대회까지 출전한다면 도무지 ‘틈’이라고는 없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만약 실업왕 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졌다면 22일에야 경기가 끝나게 되어있는데, 23일이 바로 김택수의 결혼식.
다행히(?) 다른 팀들이 선수 부족을 내세우는 바람에 대회가 무기한 연기됐고, 하마터면 결혼식 전날까지 경기를 치른 뒤 식장에 나설 뻔했던 김택수는 안도의 한숨을 쉰 것.
양궁의 ‘미녀 스타’ 김조순(25)과 백년가약을 맺는 김택수는 시드니 올림픽이 끝난 이후로 결혼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다. 페르손(스웨덴) 얀센(중국) 가티엥(프랑스) 등 세계 정상급 선수 8명이 선수당 70경기씩을 치르는 일본 슈퍼서키트 리그에 참가하느라 두 달 동안 일본을 4차례나 다녀왔다.
혼자 결혼 준비를 도맡다시피 하며 벌써부터 김택수를 뒷바라지하고 있는 김조순의 ‘사랑의 힘’ 덕분인지 올해 시리즈를 모두 마친 현재 김택수의 성적은 15승1패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연봉 1000만엔(약 1억500만원)에 일본 겐쇼엥과 계약한 김택수는 이대로라면 내년 시즌엔 2000만엔 이상을 받고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김택수―김조순의 결혼식은 2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의 주례, 마라톤 영웅 황영조의 사회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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