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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이유진 "섹시하다뇨…귀엽다고 해주세요"

입력 | 2000-12-11 19:07:00


올해 4월 지상파 TV방송에 처음 얼굴을 내민 이유진(21·서울여대 생물학과 3년 휴학중)의 방송경력은 고작 8개월. 하지만 벌써 7편의 TV 프로그램과 8편의 CF에 출연하며 종횡무진 방송가를 휩쓸고 있다.

KBS 2TV의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 SBS ‘금요컬처클럽’, MBC ‘특종 놀라운 세상’ 등 방송 3사의 MC를 차례로 꿰찼다. 그러더니 KBS 2TV의 일일시트콤 ‘멋진 친구들’에서 윤해영의 천방지축 여동생 윤유진역의 능청스런 코믹연기로 영역을 확대했다. 내년초 방영예정인 SBS 미니시리즈 ‘선물’(가제)에 최지우와 나란히 캐스팅돼 정통연기까지 넘보고 있다.

대본연습에 들어간 ‘선물’까지 일주일에 4개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라 입술까지 부르튼 그를 방송사 대기실에서 만났다. 귀엽게만 비치던 그녀는 실제론 175㎝가 넘는 글래머 미인이었다.

―남자친구가 선물한 속옷을 ‘입어봤냐’고 물을 때 ‘입어봤지∼’라고 답하던 속옷광고가 떠오른다. 섹시하면서 동시에 귀여운 자신의 이율배반적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이 ‘귀엽다’는 말이에요. 방송데뷔 전에는 키가 너무 크고 보이쉬(사내아이 같은)하게 보여서 귀엽다는 말은 잘 못들었지만 외동딸이라서 실제 애교도 많이 떨거든요. 섹시하다는 말은 제 신체적 조건 때문에 나오는 말이겠지요. 여자로서 기분좋긴 하지만 원수같은 키 때문에 남자 한번 제대로 사귀어보지 못한 처지론 과분한 것 같네요.”

―슈퍼 엘리트모델 출신이라던데.

“98년 얼떨결에 슈퍼모델에 지원서를 냈다가 10위 안에 든 적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껏 후회하는 일이에요. 원래 선머슴같은 스타일이라 화장이나 의상 같은 것엔 문외한인데 3개월이나 단체로 합숙하면서 그런 일로 아웅다웅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거든요. 어쨌든 그때의 인연으로 99년 10월 MTV의 VJ로 발탁돼 연예계에 발을 디디게됐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이국적 외모는 도대체 누구를 닮았나.

“아버지와 어머니를 절반씩 섞어놨어요. 문제는 두분의 외모 중에서 눈이 움푹 들어가고 쌍거풀이 크게 진 서구적 외모가 두드러진 부분만 물려받았다는데 있죠. 큰 키는 일종의 돌연변이에요. 친가나 외가에서 키 큰 분이 안계시거든요.”

―학교 다닐 때 별명은.

“남들은 TV에서 제가 시키면 뭐든지 한다고 부끄럼 안타는 성격인줄 아는데 정반대에요. 그래서 별명도 양볼이 항상 빨간 만화 주인공 ‘하이디’나 순식간에 얼굴이 홍당무가 된다고 ‘온도계’였어요. 물을 많이 마셔 ‘물돼지’란 별명도 있어요. 밥먹을 때마다 생수 한병을 한번에 마시는 것은 기본이고 보통 몇병씩 비울 정도로 물을 많이 마시거든요.”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2001년까지는 치아교정기를 끼고 있어야하는 탓에 가끔 발음이 새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연기선생님도 칭찬하실만큼 원래 발음은 정확하답니다.”

―‘시사터치 코미디파일’에선 정치풍자도 만만치 않던데.

“정치면 기사를 많이 보려고 노력해요. 모르는 내용도 방송에 들어가기전 작가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완전히 이해합니다.”

―그럼 요즘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투갑스(권노갑+한화갑)’가 누구인지 아나.

“저번 방송할 때는 분명히 기억했는데…. 으음 (얼굴이 빨개지며)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네요.”

―누구든 채우기에 따라 달라지는 ‘빈 도화지’ 같은 이미지를 지녔다고 생각된다.

“항상 백지상태의 연기자가 되겠다는 것이 제 목표에요.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은 매번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유진이 사라지고 윤유진이 만들어졌던 것처럼 ‘선물’의 세라로 바뀔 때는 윤유진도 없어질 거니까요.”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