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빈처’로 데뷔한 정선연(27)은 ‘여장남자’로 알려진 가수. 그러나 노래외적인 변수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가창력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로커로 오랫동안 연마한 목소리와 창법 등이 임재범에 비유될만큼 탄탄한데도 ‘여장남자’라는 화제에 가려 가수로서는 오히려 손해를 본 셈.
그는 최근 2집 ‘추·연·서(秋戀書)’를 발표하며 ‘여장’을 벗고 ‘가수’에 초점을 맞췄다. 1집 ‘연서’에서 여성적인 감성을 표출했으나 이번에는 절제된 소리와 강인한 카리스마를 앞세우며 남자 ‘정선연’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머릿곡 ‘귀가’는 특유의 탄탄한 가창력을 앞세운 발라드. 단아한 선율에 육성의 끈적한 질감이 묻어나는 게 매력이다. 정선연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감동을 주기 위해 절제하면서도 나만의 음색을 전달하려고 애썼다”고 말한다. 홍성표(방송작가)는 그의 노래에 대해 “카리스마와 좋은 느낌의 퇴폐미, 외로운 영웅같은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그는 전형적인 늦깎이다. 93년 록그룹 ‘사계’에서 보컬로 활동한지 6년이 지나 솔로 데뷔 음반을 낼 수 있었다. 올해초 첫 음반을 내고 방송 무대에서 노래한 뒤 그는 소리없이 울었다.
“무명시절 뿐만아니라 1집 활동도 내게는 수련기였어요. 그렇지만 내 노래에 자신있는만큼 라이브 무대에서 마음속 깊이 쌓아둔 소리의 매력을 전하고 싶습니다.”
새음반에는 시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사랑, 그 아름다움’, 스케일이 큰 록발라드 ‘기다린 후에’, 노래의 여백이 매력적인 ‘아이 윌’ 등을 담았다. 정선연은 내년 초 6개 도시 순회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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