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의 ‘흑상어’ 샤킬 오닐(28·LA 레이커스)이 어머니와의 오랜 약속을 지켰다.
오닐은 루이지애나주립대(LSU) 3학년을 마치고 92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뛰어들었다.
어머니 루실의 만류에도 불구, 대학 졸업장보다는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프로의 길을 선택, 캠퍼스를 떠났다.
하지만 당시 오닐은 “언젠가는 꼭 학사모를 씌워 드리겠다”고 어머니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로부터 8년이 흘러 오닐은 비로소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 줄 수 있게 됐다.
15일 LSU 졸업식에서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받게 된 것. 졸업 이수학점에서 35점이 모자랐던 오닐은 틈틈이 통신교육과정으로 학점을 채워 학사 학위를 받는다.
그동안 오닐은 힘겨운 ‘주경야독’을 해왔다. 올 여름에는 계절학기를 수강, 강의실을 오가며 비지땀을 흘렸다. 또 가을학기에도 운동 짬짬이 마지막 과목인 정치학, 농학, 지리학 등을 모두 통과하기 위해 집이나 호텔 방은 물론 비행기를 탈 때도 책을 펼쳤다. 리포트는 편지 또는 이메일로 지도교수에게 꼬박꼬박 제출했다.
지난 여름 이미 졸업 가운과 모자를 맞췄다는 오닐은 “오랫동안 학교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학점 따기가 힘들었다”며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참고 견뎠으며 어린이들에게 학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닐은 졸업식 다음날에 벌어지는 LSU와 뉴올리언즈대와의 대학농구 경기 하프타임 때 대학시절 배번인 33번의 영구결번식에도 참가해 겹경사를 맞는다.
오닐의 졸업식 참석으로 졸지에 그가 빠진 채 같은 날 열리는 밴쿠버와의 홈경기를 치르게 된 LA레이커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오히려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필 잭슨 감독은 “졸업을 위해 오닐은 무던히 애를 썼으며 그런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고 동료 코비 브라이언트 역시 “대단한 성과이며 경기보다도 뜻깊은 일”이라고 칭찬했다. 올해 LA레이커스와 3년에 8850만달러의 거액으로 재계약한 그의 화려한 이력서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LSU 졸업’이 새겨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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