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기업 대다수는 DM 발송을 전문용역업체에 맡기고 있다. 자체 해결할 경우 엄청난 경비가 들기 때문. 많아야 월 한두번에 불과한 발송업무를 위해 수억원을 호가하는 관련장비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매머드급 회원을 거느린 기업의 경우 자체 시설을 갖추거나 발송 전담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한다. 시청, 구청 등 각급 행정기관들도 각종 고지서(봉함엽서 형태) 발송을 업체에 맡긴다.
DM 발송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업체, 신용카드사, 증권사, 정유사, 대형 유통업체 등이 매월 쏟아내는 DM의 양은 무려 3억~4억통. 이들 DM은 용역업체와 우편집중국을 거쳐 고객에게 전달된다.
한국전산업협동조합에 가입된 DM 용역업체만 104개. DM 시장이 커지면서 이중 최신 장비를 들여놓은 10여개 업체엔 한꺼번에 여러 기업의 주문이 몰리고 있다. 용역 계약은 보통 1년. 연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DM 발송 경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뢰기업이 용역업체에 고객(회원) 정보를 넘기는 단계. 기업은 고객 성명과 주소, 주민번호 등(기업 특성에 따라 더 많은 개인정보가 담기기도 한다)을 원형의 릴 테이프나 디스켓처럼 생긴 카트리지 테이프에 저장해 건네주고 발송업무가 끝나면 회수해 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제는 SK의 경우에서 보듯 대다수 의뢰기업들이 검수를 ‘단순업무’로 간주해 현장에서 직접 하지 않고 팩스 등을 통한 원격 검수를 하고 있다는 점. 용역업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고객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용역업체가 회원정보가 저장된 테이프를 복제하거나 여분의 출력용지를 보관해뒀다 빼돌릴 가능성마저 있다. 특히 다수 기업이 맡긴 개인정보를 취합할 경우 엄청난 개인정보 DB가 구축될 수 있는 셈이다.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6, 7년 전만 해도 고객정보를 빼내 돈을 받고 유출시킨 케이스가 가끔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면서도 “하지만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상 그런 불법행위를 사전 차단할 방법은 없다”고 털어놨다. ‘나’의 개인정보는 언제든 내 의사와 무관하게 유출될 수 있는 것이다.
jo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