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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올 증시전망, 사이버고수들 '펄펄' 증권사전문가 '머쓱'

입력 | 2000-12-13 18:31:00


올해 증권가를 되돌아보면 가장 두드러졌던 현상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재야 고수’들의 급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재야 고수란 다름 아닌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서 나름대로의 분석 기법으로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사이버 투자전략가들. 현재 팍스넷 씽크풀 코스닥터 등 각종 사이트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이버 고수들은 쥬라기 스티브 보초병 골드존 닥터Q 팔도 선우선생 등 줄잡아 5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올해 급부상한 것은 사이버거래가 급증한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제도권 전문가들의 부진도 한 몫을 했다. 억대 연봉까지도 받는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은 한결같이 올해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가는 바람에 날이 갈수록 ‘인기’가 떨어진 것.

사이버 고수와 제도권 고수의 인기도 차이는 인터넷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3일 오후 현재 증권정보 사이트 및 증권사 인터넷 사이트의 투자전략 보고서 조회수를 보면 스티브(팍스넷) 9100여건, 골드존(씽크풀) 1만5577건 등인데 반해 A모씨(L증권) 587건, B모씨(H증권) 73건 등에 불과한 것.

이처럼 개미 투자자들이 사이버 고수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매수 추천 종목을 직접 거론하는 등 과감한 분석을 제시하기 때문. 증권정보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는 “이것저것 눈치 볼 필요가 없는 데다 독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역동적이어서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도권 고수들의 반론도 거세다.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가는 “제도권 분석가들은 증권사 직원이므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대한 보수적인 글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퇴출기업 발표가 나기 하루 전 한 증권정보 사이트에서 추천한 종목이 그 다음날 퇴출기업 명단에 올라 큰 물의를 빚었던 것도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것.

이 투자전략가는 “하지만 제도권 분석가들의 장세 전망이 올해 특히 많이 틀렸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따라서 내년 초의 연봉 협상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

이와 관련, 한 증권사의 영업 직원은 “우리 리서치센터의 보고서가 맞은 적이 없다보니 영업 직원들이 이제는 아예 보고서 내용과 거꾸로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