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은 사기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조총련 전 간부 강성휘(康成輝·60)씨가 북한의 지시로 한국인 지도층 10여명을 포섭하려 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3일 일본 신문들에 따르면 강씨는 79년 북한에서 간첩교육을 받은 뒤 북한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20여년간 한국인과 일본인 포섭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가 포섭했다고 북한에 보고한 한국인 중에는 재벌그룹 임원도 포함돼 있다는 것. 강씨는 이 임원을 91년부터 접촉하기 시작, 중국 일본 등지에서 만나 주체사상교육 등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강씨는 96년 이 임원이 사망하자 그 아들을 포섭하기 위해 공작해왔다.
일본 경찰이 강씨 집에서 압수한 자료에는 북한 노동당이 강씨에게 내린 지시각서, 강씨가 조사한 공작 상대의 경력 및 가족 사항과 사상 경향, 공작활동보고서 등이 들어 있다. 지시각서에는 종교계, 정계, 군의 상층부 등 영향력 있는 인물을 공작 대상자로 선택하라고 쓰여 있다는 것.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북한에서 공작원 훈련을 받고 일본에 온 뒤 위장 무역회사를 경영하며 포섭공작을 벌여 왔으며 그동안 한국인 10여명을 도쿄(東京), 시즈오카(靜岡), 이즈(伊豆)의 호텔과 베이징(北京) 등에서 접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씨가 위장교통사고로 타낸 보험금을 공작금으로 쓴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강씨는 83년 조총련에서 나온 뒤 일본 기독교 단체에 들어가 북한에 식량과 기부금을 보내도록 공작해 왔으며 한국에 수감된 비전향장기수를 석방하도록 일본 단체들을 움직인 사실도 확인됐다.
강씨가 관계했던 일본의 종교단체는 북한의 ‘조선종교인 협의회’와도 관계가 있고, 이 협의회 회장은 조선적십자회 회장과 이름이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같은 점으로 미뤄 강씨가 북한에서도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씨는 경찰조사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협력자 확보공작’을 해온 점을 인정하고, “생전의 김일성(金日成)주석과 사진을 함께 찍은 적도 있으며 공작활동의 성과로 훈장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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