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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현상윤 문집 발간]대쪽같은 학자… 문단선 '혁명아'

입력 | 2000-12-13 19:06:00


◇3·1운동 주도적 참여

고려대 초대총장을 역임하고 6·25사변 중 납북됐던 기당 현상윤(幾堂 玄相允·1983∼?)선생이 남긴 글들을 모은 ‘기당 현상윤 문집’(경희대 출판국)이 최근 발간됐다.

이 문집에는 그동안 한국사상사 연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학자로만 알려졌던 선생의 문인 활동, 3·1운동을 주도한 과정, 납북 후 행적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포함돼 있어 한국 현대사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을 밝히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문집에는 선생의 글 중 이미 단행본으로 간행됐던 ‘조선유학사’ ‘조선사상사’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료가 망라됐다.

◇고려대 박사학위 1호

선생은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사학과 졸업 후 귀국해 3·1운동에 주도적으로 참가했고 이로 인해 2년간 복역하기도 했다. 출옥 후 중앙고등보통학교 교장, 해방 후 경성대학(서울대의 전신) 예과부장, 보성전문학교 교장, 고려대 초대총장 등을 역임하며 교육자이자 학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다 1950년 납북됐다. 고려대는 선생의 저서인 ‘조선유학사’를 학위논문으로 인정해 1953년 고려대 박사학위 제1호를 수여하기도 했다.

선생의 친손자인 현재경(玄在慶) 경희대 명예교수가 문집을 편찬하며 찾은 자료에 따르면 선생은 젊은 시절 이광수 최남선과 함께 ‘문단의 혁명아’로 불릴 만큼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선생은 1914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기 이전부터 ‘소성(小星)’이라는 필명으로 많은 문학작품을 발표했다는 것. 이번 문집에는 작품 일부가 실려 있다.

문집에 실린 3·1운동 관련 글들은 선생이 27세의 젊은 나이로 3·1운동의 핵심적 역할을 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1950년 ‘신천지(新天地)’에 기고했던 ‘삼일운동 발발의 개략’에서는 선생이 송진우 최린 이광수 등과 함께 독립선언문을 마련하고 최남선 손병희 등을 끌어들이며 3·1운동을 준비해 온 사실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때 모임을 주도했던 인물 중 송진우는 1945년 해방 직후 피살됐고 이광수 최린 등은 친일 행적으로 인해 당시의 일을 밝힐 처지가 못됐다는 점에서 이 기록은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문집에는 선생이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선생과의 절친했던 인연으로 경성대학 예과부장으로 국립대학 설립을 주도하다 사직하고 보성전문학교을 맡아 고려대로 발전시켜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글과 당시 동아일보 신동아 등을 통해 발표했던 여러 글들이 실려 있다.

◇교직원 피란보낸후 납북

6·25가 일어나자 고려대 교직원들을 먼저 피란 보내고 총장으로서 학교의 뒷마무리를 하다가 피란 기회를 놓쳤던 과정, 납북 후 홍명희 김원봉 등 북한의 유력인사를 동원해 회유와 협박을 했으나 선생이 끝까지 신념을 지켰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선생은 북한에서 사망 후 평양 근처의 공동묘지에 안장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분명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