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광고기획사 여사장. 2년 전 창업해 안정되게 회사를 끌어왔다. 뭔가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던 그는 최근 지인을 통해 ‘정치권 인사’를 소개받았다. “돈 벌 건수는 많은데 직접 나서기가 어려워 그러시는 분”이라는 말과 함께.
첫 만남에서 ‘정치권 인사’는 ‘집권당 민정 사정 원외위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옛날 것이라며 ‘새천년민주당 민정특별위원회 위원장 OOO’이라는 명함도 내밀었다.
“얼마전 청와대 관계자와 밥을 먹었고 모 장관과도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정부기관의 의뢰로 7억원어치 달력을 찍고 있어요.”
뭔가 석연치 않다고 느낀 여사장은 여러 경로로 ‘정치권 인사’의 신원 확인에 나섰다. 집권당에는 ‘민정사정 원외위원’이란 자리는 물론 ‘∼원내위원’이란 자리도 없었다.
“고위층과 집권당 유력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운 사기극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통하기도 하니까 그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부류가 나오는 배경도 궁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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