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인사가 정치권력의 영향을 극심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검찰조직의 근간이 되는 인사에서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흔들려왔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본보 법조팀과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이민규(李珉奎)교수팀이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컴퓨터 활용보도(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기법을 이용, 92년 이후 전국 모든 검사의 출신지역 등 개인신상과 보직추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3개월간에 걸쳐 정밀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분석결과 호남출신 검사들은 92년 8월부터 가장 최근인 7월 인사 때까지 전체검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22%로 거의 일정했다.
그러나 호남출신 검사들은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정권 등 영남 정권하에서 전국 주요 부장검사급 이상 핵심요직 44∼48개 중 2∼7개(5∼15%)만을 차지해 불이익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은 정권교체 후 대거 약진해 98년 첫 인사에서 핵심요직 12개(25%)를 차지했으며 7월 인사에서는 16개(33%)로 더욱 늘었다.
핵심요직은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의 공안부 중앙수사부, 서울지검 등의 주요 과장과 부장급 이상, 일선 지검의 공안부장 특수부장 및 주요 지청장 등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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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출신 검사들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이들도 전체검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8∼41%로 큰 변화가 없었는데 핵심요직 점유율은 영남정권하에서 50∼57%를 차지, ‘초과혜택’을 누려오다가 새 정부 출범 후에는 21∼35%로 ‘몰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검찰의 ‘별’로 불리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39∼40명과 일선검사 사이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법무부 대검 서울지검 본청 등 재경(在京) 검사(202∼261명)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고위 간부의 경우 호남출신은 이전 정권하에서 15∼18%를 차지했으나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에는 20∼30%를 차지하고 있다. 영남출신 검사장 비율은 옛 정권에서는 최고 46%까지 달했으나 7월 인사에서 40%로 낮아졌다.
재경 검사들은 호남출신의 경우 17∼19%에서 24∼27%로 늘어난 반면 영남출신 검사들은 34∼41%에서 31∼39%로 낮아졌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검찰의 인사가 권력이동에 따라 차별과 역차별, 지역편중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여론의 주목 때문에 비교적 신중한 검찰인사가 이 정도라면 다른 권력기관은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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