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권 검찰 편중인사 실태▼
검찰인사 데이터 분석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 수치’ 비교를 한 것이 아니라 ‘비율 분석’을 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어느 지역 출신이 얼마나 많은 수의 요직을 차지했느냐를 단순 비교한 것이 아니라 전체 검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먼저 계산한 뒤 이 비율을 기준으로 인사 편중도를 합리적으로 도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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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정권따라 검찰요직 춤췄다
분석 결과 ‘기준비율’은 92년 이후 1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었다. 호남출신 검사들은 92년 8월 전체 검사 867명 가운데 169명(19%)에서 매년 약간씩 늘어 7월에 전체 검사 1191명 중 262명(22%)을 차지했다. 영남출신 검사는 같은 시점에 41%에서 38%로 약간 줄었다.
중요보직 편중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분석팀은 전문가의 조언과 검찰내의 보편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기획 공안 특수 분야별 핵심요직 44∼48개를 선정했다. 법무부 검찰국장과 검찰 1∼4과장, 대검 공안 및 중수부의 기획관과 1∼3과장, 서울지검의 검사장과 1∼3차장 및 특수 공안 형사부장, 재경지청장, 부산 수원 인천지검의 특수 공안부장, 여주 등 중요 5개 지청장 등이 포함됐다. 요직 수의 변동은 일부 요직의 신설에 따른 것이다.
영남 및 호남출신 검사의 핵심요직 점유비율 그래프는 정반대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영남검사들은 과거 정권에서 핵심요직을 ‘기준비율’보다 13∼17% 포인트 더 ‘과식(過食)’해오다 정권교체 뒤에는 4∼17% 포인트나 미달하고 있다. 영남검사를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으로 세분하면 부산경남이 PK정권 시절인 97년 3월 최고 37%(전체검사비율 19%)에서 7월 현재 6%로 급락, 대구경북(92년 8월 20%에서 현재 15%)에 비해 훨씬 가파르게 변했다.
호남출신검사 인사변동상황
인사시점
호남검사/
전체검사(명)
비율(%)
요직
호남검사/
전체요직수
비율(%)
호남검사장/
전체검사장
비율(%)
호남출신
재경검사
/전체
비율(%)
1992. 8
169/867
19
7/44
16
7/39
18
36/202
18
1993.10
176/901
20
2/44
5
7/40
18
33/208
16
1995. 3
198/987
20
7/47
15
6/39
15
38/221
17
1997. 3
219/1093
20
5/46
11
7/40
18
45/240
19
1998. 3
230/1121
21
12/48
25
8/41
20
58/245
24
2000. 7
262/1191
22
16/48
33
12/40
30
70/261
27
영남출신검사 인사변동 상황
인사시점
영남출신
검사/
전체검사(명)
비율(%)
요직
영남검사/
전체요직수
비율(%)
영남검사장/
전체검사장
비율(%)
영남출신
재경검사
/전체
비율(%)
1992. 8
357/867
41
22/44
50
17/39
44
83/202
41
1993.10
362/901
40
25/44
57
16/40
40
87/208
42
1995. 3
387/987
39
25/47
53
18/39
46
75/221
34
1997. 3
427/1093
39
24/46
52
17/40
43
95/240
40
1998. 3
436/1121
39
17/48
35
19/41
46
95/245
39
2000. 7
449/1191
38
10/48
21
16/40
40
82/261
31
호남출신들은 TK 및 PK정권하에서 핵심요직 차지비율이 기준비율에 3∼15% 포인트 미달하다가 정권교체 후 첫 인사에서 ‘4% 초과’로 급격히 반전됐고 7월 인사에서는 11% 초과했다.
검찰총장과 대검차장 서울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중수 및 공안부장 등 최고요직 6자리의 경우 호남출신 검사들은 과거 정권 내내 단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다. 현재는 3자리.
검사장급 고위간부 인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그래프의 ‘기울기’, 즉 인사편중도는 핵심요직의 경우보다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위간부는 전체 수가 많지 않은 탓에 자주 여론의 비판과 견제 대상에 올랐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들의 인사를 신중히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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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어떻게 했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컴퓨터를 활용한 보도 기법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권위있는 신문들이 ‘컴퓨터 활용 보도’(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를 통해 정부와 권력 기관의 각종 데이터와 사건 사고 통계를 실증적으로 분석, 세금 낭비와 인권침해 등 권력 기관의 부조리를 철저하게 감시 비판하고 있다.
이번 기획이 특히 의미있는 것은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구축했다는 점. 본보 법조팀과 순천향대 이민규교수팀은 대검이 매년 작성하는 ‘전국 검사 배치표’의 92∼2000년도 자료 8개를 입수, 각 연도마다 전국의 모든 검사들을 소속과 직급 보직별로 컴퓨터에 입력했다. 입력한 검사 수는 매년 1000명 내외로 모두 8000여명에 달했다. 또 법조인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법조인 대관(大觀)’을 통해 검사 개개인의 생년월일과 출신 지역, 출신 고교 및 대학 등 신상 정보를 입수해 자료에 추가 입력했다. 부족한 자료는 인터넷 법률정보 사이트와 검찰 내부 취재를 통해 확보했다.
데이터베이스의 분석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엑셀’과 ‘엑세스’를 이용했다. 먼저 각 검사들의 자료를 엑세스에 입력해 SQL(S―tructure Query Language)을 활용, 다각도로 분석했다. 예컨대 각 지역별 고교별 대학별 성별로 전체 검사를 그룹핑(Grouping)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또 이 자료를 엑셀로 옮겨 각종 비율과 통계, 추이를 파악하여 도표를 도출했다. 이렇게 해서 최근 9년간 검찰 인사의 지역적 편중도를 정밀 분석했다. 이같은 시도는 앞으로 ‘하이테크 저널리즘’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sooh@donga.com
▼검사들의 출신고 희비…경남고 절반이나 줄어▼
김영삼정권의 경남고와 김대중정권의 목포고. 정권교체 이후 두 고교 출신 검사들의 도약과 몰락은 정권교체에 따른 검찰 인사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법연수원 5기의 경남고 출신 H검사의 경우. 93년 대검 중수2과장, 94년 대검 중수1과장, 95년 서울지검 특수1부장, 97년 부산지검 2차장. 동기 중 선두를 달린 화려한 경력이다.
그러나 그는 98년 정권교체 후 연이은 검찰 인사에서 동기 9명이 검사장이 됐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결국 서울고검 검사로 재직하다 올해 사표를 냈다.
경남고 출신 검사들은 수가 절반이나 줄었다. 95년 3월 현재 경남고 출신 검사는 모두 20명. 그러나 올 7월에는 10명이 현직에 남아 있다. 사직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98년 이후 옷을 벗은 사람이 5명이나 된다.
같은 기간 중 목포고 출신 검사는 8명으로 동일하다. 이 중 대부분은 98년 인사를 기점으로 주요 보직에 임명됐다. 대검차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수원지검장, 법무부 검찰1과장, 서울동부지청 부장, 의성지청장 등이 있다.
반면 경남고 출신 간부는 제주지검 차장과 서울고검 검사 3명, 사법연수원 교수, 포항지청 부장 등 비교적 한직에 몰려 있다.
한편 대구경북(TK)정권 당시 ‘성골’이었던 경북고 출신 검사들은 TK정권이 오래 지속돼온데다 검사 수(7월 현재 45명)가 많은 탓인지 상대적으로 급격한 ‘도약’과 ‘몰락’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