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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서태지부터 백지영까지, 가요계 10대 사건

입력 | 2000-12-15 18:20:00


2000년 가요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감각적인 댄스와 애잔한 발라드'가 초강세를 보인 한해였다. 가창력보다 춤과 외모를 앞세운 '떼거리 전략'이 주류를 이룬 것이다.

그 가운데 96년 1월 은퇴했던 서태지가 컴백해 하드코어 핌프록을 담은 '울트라맨이야'를 발표해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고 80년대 중반 한국 록을 대표했던 '들국화'가 재결성되기도 했다.

한편 '클론'의 강원래가 교통사고를 당해 가수 활동의 위기를 맞았고 백지영의 '섹스 비디오' 파문과 인기 그룹 'HOT'의 강타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도 있었다. 올 가요계의 10대 사건을 되돌아본다.

1. 서태지 컴백…일본 진출 선언

지난 9월9일 컴백 쇼를 열며 화려하게 돌아온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주류 음악을 버리고 국내에서 언더그라운드 장르에 해당하는 핌프 록음악을 시도하며 '앞서가는 뮤지션'임을 증명해 보였다. 그의 6집 앨범은 13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양군기획 자체집계)를 기록했고 록음악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방송사상 초유의 사전녹화를 고집하며 라이브 공연장의 화면을 공급하는 선례를 남겼고 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안티 서태지' 방송과 관련해 네티즌들이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광고 중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서태지는 내년 4월 자신의 핌프 록 사운드로 일본 J-POP 시장 진출을 선언(12월10일자 보도)해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비상이 기대된다.

2. 조성모, '국민가수'로 등극

조성모는 올초 '시인과 촌장'의 발라드곡 '가시나무새'를 리메이크한 앨범으로 150만장, 9월에 발표한 3집 '아시나요'로 185만장을 팔면서 2장의 앨범으로 33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GM엔터테인먼트 자체집계)를 올렸다.

'이문세- 변진섭- 신승훈'의 대를 잇는 발라드 가수로 인정받은 그는 올해 '가시나무새' '아시나요' 등 발라드곡 외에도 리키 마틴을 연상케하는 현란한 안무를 곁들이며 부른 댄스곡 '다짐'으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각종 가요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아시나요' 뮤직비디오가 국군을 왜곡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월남전 참전 전우회 측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고 뮤직비디오 중간부에 일본 연주곡을 무단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3. '살사 가수' 백지영 섹스 비디오 파문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남성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가수 백지영이 '섹스 비디오' 파문으로 가수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이와 관련해 그는 11월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양타운 아이스타 라운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데뷔 당시 카메라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프로듀서 K씨의 권유로 녹화에 응했다"며 "문제의 후반부의 촬영은 몰래 카메라"라고 주장했다.

백지영은 "나를 원하는 팬이 있다면 계속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가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 있음을 내비쳤다. 3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 홀에서 굿바이 콘서트를 갖는 그는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O양에 이어 백지영의 '동영상' 사건은 연예인들의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 지속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4. 여 가수들 "나도 스타!"

남자 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던 여가수들의 분전도 돋보였다. '너 정말'의 김현정, '줄래'의 이정현, '새드 살사'의 백지영, '성인식'의 박지윤, 'Escape'의 엄정화, 'You Mean Everything To Me'의 박정현, 'Now'의 '핑클', 'Up & Down'의 '디바'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벌'의 박미경, '제발'의 이소라 등 새 음반을 발표한 중견 여가수들도 건재함을 과시했고 '샤크라', 보아 등 신인 가수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여가수들이 섹시한 외모와 도발적인 춤만으로 승부를 걸었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5. MP3 열풍 …음반시장 침체 지속

인터넷 인구가 폭증하면서 음악을 무료로 다운받는 MP3가 일반화됐다. 이미 미국 팝 시장에서는 저작권과 관련해 '메탈리카' 등 인기 뮤지션들이 MP3를 무료로 배급하는 '냅스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소리바다' 등 MP3 회사들이 저작권과 관련해 법적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태. 이와 관련해 한 가요 관계자는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무료로 노래를 다운로드 받으면서 국내 음반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음반 시장은 국제 통화 기금(IMF) 사태 이전의 60% 수준에 머물러 1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서태지, 조성모, HOT, god 등 스타급 가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음반이 거의 팔리지 않는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된 상황이다.

6. 록 그룹 '들국화' 컴백

지난 85년 데뷔앨범에서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세계로 가는 기차' 등을 히트시키며 한국 록 음악의 부흥을 이끌었던 '들국화'가 다시 모였다. 최성원, 전인권, 주찬권 등 3명은 서울 양재동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이들은 중년층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기도 했다.

'들국화'는 재결성 기념 음반을 제작중이며 신해철, 서태지, 윤도현 등 후배 뮤지션들이 선배 뮤지션의 음악을 기리는 헌정 음반도 발표할 예정이다.

7. 고인이 된 가수 '다시 보는' 작업 활발

지난 80~90년대를 풍미했던 고 김현식과 김광석의 음악을 다시 보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들의 음악을 선후배 가수들이 새롭게 부른 헌정음반이 발표돼 좋은 반응을 얻은 것.

신중현, '산울림'처럼 현재 생존해 있는 뮤지션의 헌정앨범 작업은 이뤄진 바 있고 고인의 음악을 부활시킨 것은 '유재하 추모 앨범'(97) 이후 올해가 두번째. 내년 1월6일 김현식 추모 공연도 개최할 예정이다.

8. 'HOT' 강타 음주운전 사고

청소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댄스그룹 HOT가 강타(본명 안칠현)의 음주운전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상황을 맞았다. 지난 10월 발표한 5집 '아웃사이드 캐슬'로 공중파 방송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석권하던 중 11월20일 강타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범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 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에 대해 HOT 팬들은 강남 경찰서에 항의 메일을 보내 서버를 다운시켰는가 하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 동안 음주운전 사건을 일으킨 스타들의 경우 보통 6개월~ 1년 정도 방송활동을 중단하는게 관례여서 HOT의 공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 '클론' 강원래,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위기

한국과 대만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아시아 스타'로 떠오른 '클론'의 강원래가 11월9일 오후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했다. 그는 다행이 생명은 건졌으나 척추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여 주위 사람들과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대만의 현지 언론들이 강원래의 교통사고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고 현지 팬클럽 회장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쾌유를 빌었다.

강원래의 부상으로 '클론'의 중국 북경 콘서트를 비롯한 모든 일정은 취소된 상태. 클론의 소속사 '우퍼 엔터테인먼트' 측은 "가수 활동 여부를 떠나 지속적인 재활훈련을 통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0. 중견 가수들 '설자리가 없다'

10대 가수들이 무대를 점령하면서 중견급 가수들은 밤 무대나 서울 강변 미사리의 카페로 밀려났다. 공중파 방송에 '가요 무대' 같은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심야시간인데다 구색 맞추기 수준이어서 노장 뮤지션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절실해 보인다.

그나마 8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벌여온 슈퍼스타 조용필이 지난 11월 서울 양재동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한 장기 공연이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이밖에 지난 5월 인기그룹 '젝키'가 해산된 뒤 리더였던 은지원과 강성훈이 각각 솔로 활동을 선언했는가 하면 김장훈 '포지션' '컨츄리 꼬꼬' 등이 70~80년대 일본 히트송을 번안 발표해 일본 음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황태훈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