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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남찬순/바버라 부시

입력 | 2000-12-15 18:40:00


43대 미국대통령에 당선된 조지 W 부시의 어머니이자 조지 부시 전대통령의 아내인 바버라 부시여사는 백악관 안주인 시절부터 가정과 정치를 잘 조화시킨 인물로 미국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부시여사의 그같은 인기는 94년 장남인 조지 W 부시가 텍사스주에서, 차남인 젭 부시가 플로리다주에서 각각 주지사로 당선된 것이나 그리고 이번에 장남이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세월이 달랐다면 어머니가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는 부시 당선자의 말이 괜한 공치사가 아닌 모양이다.

▷백악관 안주인 시절 부시여사는 4남 1녀 자녀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도 적지 않다. 금융스캔들에 휘말렸던 셋째, 이혼을 한 고명딸에다 당시에는 큰아들 마저 분명한 인생의 좌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라”는 부시여사의 말은 더욱 미국 국민의 공감을 샀다. 그의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귀감으로 남아 있다. 92년 당시 남편 부시 대통령이 일본 방문중 만찬장에서 쓰러졌을 때는 부축을 받으며 퇴장한 남편 대신 농담까지 해가며 침착하게 만찬연설을 끝내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여사도 93년 백악관을 떠날 때는, 특히 대선에서 예상치도 못했던 패배를 당한 탓인지 허전함이 컸던 모양이다. 94년 출판된 부시여사의 자서전은 첫머리에 93년 1월20일 백악관을 떠날 때와 다음날 휴스턴으로 돌아갔을 때의 아침 생활을 대조적으로 기록했다. “우리 부부는 여느 날 아침처럼 5시30분에 일어나 주방장을 불러 커피를 마시고 침대에서 신문을 봤다. 아이들의 안부전화를 비롯해 도처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24시간만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우리는 평상시대로 5시30분에 일어났으나 울릴 벨도 없고 주방장도 없다. 일어나 개에게 먹이를 주고 신문을 이층으로 들고 가 읽었다.”

▷그로부터 8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큰아들이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고 그 아들은 한달 후면 어머니 부시여사가 섭섭하게 떠나온 백악관에 들어간다.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큰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부시여사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chans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