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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시대]자유무역 신봉 통상압력 강화할듯

입력 | 2000-12-15 19:13:00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근래의 어느 대통령보다도 힘겨운 과정을 거쳐 백악관에 입성케 됐지만 그의 앞에 놓인 경제 현실은 결코 장밋빛이 아니다. 지난 8년간 이어진 사상 최장기 호황이 마침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적신호가 잇달아 켜지고 있기 때문. 14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3·4분기(7∼9월) 무역적자폭은 사상 최고치인 1138억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증시의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그의 당선이 확정된 13일 109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14일 다시 94.27포인트 떨어진 2,728.50을 기록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10,674.99로 119.45포인트가 하락해 그의 당선이 증시에 별 호재가 되지 않음이 확인됐다.

마치 끝나가는 잔치의 주인 자리를 넘겨받은 것과 같은 부시 당선자는 과연 미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減稅통한 경기부양 전망▼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부시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향후 10년간 1조3000억달러의 세금을 감면하고 통상면에선 공정한 거래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확대를 공약했다. 그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외국 시장의 개방을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에 대한 통상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또 노조 환경 등의 문제보다는 기업의 입장을 중시하고 가급적 규제를 풀어 정부의 개입을 줄이겠다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경제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14일 1면 기사에서 “부시 당선자에겐 경제문제가 양분된 의회를 다루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세감면의 경우 기업에 도움을 줘 단기적으론 경기하락을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인플레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민주당의 반대로 의회 통과가 만만치 않다는 것. 또 부시 당선자가 민주당의 반발을 어느 정도 무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말쯤은 조세감면이나 금리인하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엔 너무 늦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닛 옐렌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사는 “현실적으로 부시 당선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이 많이 있어 당분간 경제는 그의 손을 벗어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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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과 마찰 가능성▼

▽부시 당선자와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미국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앞날은 결국 부시 당선자가 아닌 그린스펀 FRB의장에게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중립 기구인 FRB는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서 금리조정으로 미국경제를 좌지우지한다. 그린스펀은 이를 통해 미국의 번영을 이끈 당사자.

부시 당선자는 최근 CBS TV와의 회견에서 “그린스펀 의장과 잘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으나 실제론 의견충돌이 생길 개연성이 크다.

부시 당선자는 연방정부의 엄청난 재정흑자는 국민의 돈이라며 감세를 주장하지만 그린스펀 의장은 이를 국채를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부시 당선자는 경기 부양을 위해 조기 금리인하를 촉구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린스펀 의장은 인플레를 우려해 이에 반대하고 있다. 부시 당선자의 부친인 부시 전 대통령은 금리인하 문제로 그린스펀과 충돌하는 등 사이가 좋지 않았다. 차기 재무장관설이 나도는 로런스 린지도 FRB 근무 시절 그린스펀의 의장정책에 자주 반대했기 때문에 부시 당선자의 경제팀이 그린스펀 의장과 조화를 이룰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