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을 꿈꾸던 세대는 제각기 손을 털고 자기의 길을 갔다. 그러나 ‘주변의 무수한 삶과 그들의 고난을 사랑하자’던, 세계관으로서의 결연함은 많은 이들의 삶에 사라지지 않는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을 터다.
정철훈 시인은 첫 시집 ‘살고 싶은 아침’(창작과 비평사)을 신새벽의 결의와도 같은 충만함으로 채우고 있다. ‘가까이 가면 그들은 모두/손을 잡고 나아가고 있지/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자신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한방울 한방울 이슬처럼’(새벽길) 맺혀 있는 군상을 시집의 서시(序詩)격인 ‘새벽길’에서 보여줄 때부터 그는 세대가 잃어버린 ‘충만함, 결연함의 연대’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도 나를 사랑해야겠다는/연민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내가 아는 별은 하나도 없었지만/이제부터라도 나는 별이 되고자 했다’(말할 수 없는 그리움)라는 데 이르면, 윤동주가 ‘서시’에서 펼쳐내는 가식 없는 삶의 예찬과 충만한 삶의 자세가 일종의 정신적 계보로서 이어지고 있는 함의까지 읽혀진다.
▽정철훈 지음/120쪽 5000원/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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