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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기분 울적하신 분 그림 그려보세요"

입력 | 2000-12-15 19:59:00


영화의 주인공이기에 앞서 꼭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 꽃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했을 정도로 순수한 청년이었지만 고문기술자로, 뻔뻔한 사업가로 변신하면서 잃어버린 순수함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구원의 길은 없을까?

“미술은 자기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표현하는 작업이며 자신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과정입니다. 영호가 자신의 내면을 미술작업으로 표현하고, 표현된 자기를 가만히 바라볼 기회가 있었다면 원래의 자기로 돌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영화로 배우는 미술치료 이야기’를 쓴 미술치료사 박승숙씨. 미술치료란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이 그림이나 공작 등을 통해 의식을 드러내면서 치유효과를 얻는 것을 뜻한다. 최근 한국미술치료학회가 결성되고 인터넷 사이트도 속속 개설되면서 생소하지만은 않은 개념이 됐다.

“미대에서는 예술학을 공부했죠. 아버님(서양화가 박서보)을 비롯해 미술을 하는 친지가 많아 미술이 가진 치료의 힘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나 미술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내 자신의 필요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유학생활 중 끝모를 우울증과 무력감이 그를 엄습했다. 치유의 길을 모색하다가 미술치료를 알게 됐고, 이 때의 도움을 경험삼아 전공으로 삼게 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의 내용은 다소 특이하다. 영화의 줄거리와 함께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주인공을 소개한 뒤 ‘이 사람에게는 어떤 미술치료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설명한다. ‘박하사탕’의 영호에게는 내면의 자기를 표현하는 ‘상자로 자신만들기’를, 자기를 타인으로 위장하고 만족을 얻는 ‘리플리’의 주인공 톰에게는 ‘가면만들기’를 권한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기도 했죠. 그에 앞서 실제 임상 사례와 같은 실례가 풍부하게 들어있으면서도, 독자에게 친숙하게 읽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영화’와 ‘미술치료’를 한 데 묶는 이유가 됐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들이 ‘꼼꼼히 잘 그려야, 잘 만들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미술치료를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잘 된 사례를 주고 비슷하게 만드는 주문식 미술교육이 아니라 창의력을 존중하는 ‘개성살리기’식 미술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자아발견과 인간관계를 다룬 1권에 이어 인생의 위기를 다룬 2권, 대가들의 자기표현 사례를 담은 3권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