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거 먹고 힘내라"
자녀와 함께 대입원서를 접수시키러 갔다고 하자. 접수시키고 대학 근처 분위기도 익힐 겸 수험생과 함께 식사를 해 보면 어떨까. 사실 분식집이나 삼겹살집 등을 제외하면 마땅치 않은 게 현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모두 서울이다(지역번호 02).
◇고려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안암로터리 부근의 40년 전통 개성집(928―4885)에는 개성식 물만두인 만두편수, 배추 숙주 두부 등을 넣은 개성식 순대와 조랑이 떡국이 주 메뉴. 6000∼8000원. 경희대 앞 ‘모닥불’(963―2290)에서는 넓은 실내공간이 돋보이며 칭기즈칸 등심 국수전골 등을 판매한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신촌로터리 부근 ‘아저씨네 낙지촌’(364―0943)은 철판 등심낙지에 밥을 볶아 먹는 게 기본(8500원). 반찬으로 계란찜과 오징어튀김이 무한정으로 나온다. 평일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므로 예약은 필수. 홍익대앞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당’(333―5616)은 어머님 고모님 이모님 정식 등의 메뉴가 있다. 호박죽 갈비 연어쌈 등 12∼16가지 코스 요리가 나오며 가격은 1만2000∼3만5000원.
◇성균관대 한성대 성신여대
대학로 전통한식집 ‘솔뫼마을’(747―5644)은 1, 2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원두막이나 사랑방을 연상시킨다. 쌈밥정식에 12가지 푸짐한 반찬을 곁들여 6500∼1만6000원. 성신여대 앞 ‘라 쁘삐뜨 메종’(929―7863)은 대학가에서는 보기 드문 이탈리아식 파스타와 달팽이요리, 스테이크를 저렴한 가격(7500∼2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
◇서울대 숭실대
관악구 신림동 신림극장 옆 외진 곳에 있는 ‘봄내닭갈비’(884―4488)가 유명하다. 봄내는 춘천의 한글이름. 고춧가루 천일염 꿀 등 20여가지 천연 양념에 잰 닭의 넓적다리살이 쫄깃쫄깃하다. 5000∼8000원짜리 산채정식을 내놓는 ‘산골’(886―5857)도 가볼 만한 곳. 테이블이 6개밖에 없어 작지만 ‘좁은 게 맛’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수험생 긴장완화에 만두가 제격
만두는 지친 수험생과 궁합이 잘 맞는다. 요리연구가 한복진의 ‘만두이야기’를 보면 만두전골의 효용에 대해 “겨울철 추위를 예방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좋은 음식”이라고 나와 있다. 동물성 단백질인 고기와 식물성 단백질인 두부가 이상적으로 섞여 있는 ‘고단백’ 식품이기 때문이다. 잘게 다져 넣은 숙주와 김치는 비타민을 보충해 준다. 마늘 버섯 미나리 등이 추가로 배합되면 더없는 영양보충식이다.
◇신촌 함평옥
박현주양(20·숙명여대 경영학부2)은 며칠 전 수능 성적표를 받은 동생 문환군(18·대일외고3)과 친구 강집(18) 이동윤군(18) 등 3명과 함께 연세대 앞으로 갔다. 박양은 서울 신촌쪽 대학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는 동생들과 학교 구경을 하면서 다음주 원서접수에도 같이 가자고 말을 건넸다. 속이 꽉 찬 만두로 영양보충도 해주고 따뜻한 국물로 속도 풀어 주는 곳. 일찌감치 찍어둔 ‘함평옥’(392―3516)으로 향했다. 대로변에 몇백개의 음식점이 있어 어디로 들어가야 망설이게 되는 곳이 신촌 주변. 후미진 골목길에 간판도 조그마한데다 웬만한 인터넷 음식소개 사이트에도 등록이 안돼 있어 단골이 아니면 찾아갈 수 없는 집이다.
집주인의 아버지 고향이 함경도 단천, 어머니는 평양이라 함평(咸平)옥이다. 특히 어머니쪽이 평양에서 유명한 요리사 집안이라 ‘전래비법’을 갖고 있다. 냄새를 피하기 위해 만두 속은 돼지고기 대신 성남재래시장에서 사온 ‘거세 한우’를 쓴다. 만두는 냉동시키지 않고 아침에 한번, 점심나절에 한번 직접 식구들끼리 손으로 빚어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한다. 다른 음식들도 대부분 미리 만들어 놓지 않아 음식 대기 시간이 긴 것이 흠이라면 흠.
각종 만두전골 1인분이 6500∼8000원. 7000∼1만5000원의 녹두전 해물파전 수육 보쌈 평양온반은 4명이 반참삼아 하나 정도 시켜 먹을 만하다. 3만∼4만원대의 어복쟁반 쟁반샤브도 별미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숙주 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