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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조합아파트 맹점·실상]경기지역 1만여명 피해

입력 | 2000-12-17 18:23:00


한동안 잠잠하던 지역조합아파트의 피해 사례가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이 제도를 전면 보완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사실상의 사업 주체’인 시공사를 제쳐두고 조합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실태는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제도 때문이라는 것.

90년대 중반 무더기로 발생했던 ‘조합 비리’ 이후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는 이 제도의 실상과 허점을 분석한다.

▽잇따르는 피해〓경기 고양시 탄현동의 삼성탄현조합은 1만4500여평의 부지에 840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키로 하고 시공사인 삼성중공업측과 공동으로 올해 초까지 400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했다.

그러나 이 조합은 7개월이 지나도록 인근 군부대로부터 ‘고층아파트 건축 동의’를 얻지 못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 형편. 계약금 중도금 등 130여억원을 납부한 조합원들은 시공사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으나 삼성측은 “우리는 말 그대로 시공사일 뿐”이라며 거부해 조합원들이 수차례 항의집회를 여는 등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부천시 소사조합 역시 11월 시공사인 이삭건설이 부도나면서 홍역을 치렀다. 36억6000만원을 납부하고 이미 땅을 구입한 300여명의 조합원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가까스로 다른 시공사를 구했다. 그러나 사업지연과 추가부담이 불가피한 실정.

용인시 보정현대조합 등 4개 조합은 98년 설립인가를 받았으나 이 지역이 택지개발지구로 묶이는 바람에 사업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백억원을 납부한 조합원 4500여명은 ‘사업승인을 내달라’는 민원 제기로 날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사업에 차질을 빚는 조합만 경기도내에 용인시 5곳, 고양시 3곳, 의왕시 2곳, 부천시 1곳 등이며 피해자도 1만여명에 이른다.

그 밖에 팔당상수도 수질보전구역 안에 아파트를 짓고자 539명의 조합원을 모집한 광주군의 대림신현조합 등 아예 조합 설립인가 이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도 상당수 된다.

▽‘탈’나면 ‘덤터기’〓조합원 모집과정부터 조합설립, 시공 등 모든 일을 사실상 시공사가 좌지우지하면서도 법률상 사업주체가 조합인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같은 현실은 현행 주택건설촉진법 때문. 이 법은 조합원이 20명 이상만 모이면 지역조합을 설립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분양공고를 내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몇몇 사람이 형식적으로 초기 조합을 구성해 인가받은 뒤 시공사와 함께 조합원을 추가모집해 사업규모를 키우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자금력과 공신력을 갖춘 시공사가 조합원 모집, 인허가 등 전체 사업을 주도하게 마련.

일선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도 “시공사가 조합원 모집, 자금관리, 부지구매, 인허가, 시공 등 전 과정을 관장한다”며 “잘 되면 조합원과 시공사 모두에 좋지만 잘못되면 조합원만 피해를 보는 게 법의 맹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공사들의 편법〓일부 시공사는 땅값 등 초기 투자비용을 절약하고 이익도 챙길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는 경향마저 있다. 일반분양 때는 시공사가 부지를 구입한 뒤 분양공고를 내야 하나 지역조합의 경우 조합원으로부터 ‘땅값’을 받아 부지를 구매하기 때문.

그래서 시공사가 ‘유령조합’을 구성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 토지브로커들이 개입해 문제 있는 땅을 유망투자지로 속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수원 장안)의원은 “전국 지역조합의 대부분(59건)이 경기도에 몰려 있다”면서 “이 제도가 토지브로커나 시공사에 의해 악용될 소지를 막지 않을 경우 문제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폐지 혹은 보완해야〓경기도내 시군의 담당자들과 기자가 직접 통화한 결과 6개 시군의 담당자가 “허점이 많은 이 제도는 폐지 혹은 보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반분양처럼 사전에 부지를 확보케 하고 시공사 등이 전횡하지 못하도록 외부 감시제도가 필요하다는 것.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양시는 기초지자체로는 이례적으로 11월 건설교통부에 지역조합제도의 폐지를 건의하기까지 했다. 법무법인 한결의 윤민구(尹民九)변호사는 “시공사의 조합원 모집이나 분양단계가 극히 불투명한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지역조합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제도이며 굳이 존속시키려면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지역주택조합▼

무주택 혹은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을 1채 소유한 지역주민 20명 이상이 조합을 만들어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제도로 77년 도입됐다. 직장조합과 재건축조합 등과 함께 주택조합제도의 한 축을 이룬다.주택청약관련 예금에 가입하지 않고도 시세보다 싸게 내집을 마련할 수 있고 가입절차도 비교적 간단해 한동안 인기를 누렸다.

고양시의 일반분양과 지역주택조합 추이

구분

일반분양(사업승인)

지역주택조합 인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건수

가구

건수

가구

건수

가구

46

1만7207

55

5143

13

7306

95년

13

5895

-

-

-

-

96년

4

765

-

-

-

-

97년

14

5521

1

6

-

-

98년

2

533

6

412

1

341

99년

4

2068

22

2981

2

866

2000년

9

2425

26

4725

10

6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