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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면회소 설치는 어떻게 됐나

입력 | 2000-12-17 18:36:00


지난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남북장관급회담은 여전히 남북한 문제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내년에도 남북한간에는 올해와 같은 단발성 행사만 계속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 확립 방안이라든지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대한 본질적 논의는 또 제자리걸음만 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남북한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우여곡절 끝에 8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만들어 냈으나 그 내용은 남북한 경제협력문제와 제한된 이산가족 상호방문을 비롯한 행사위주의 프로그램뿐이다. 북측은 의도적으로 ‘주적(主敵)문제’를 제기, 회담분위기를 격앙시키면서 이산가족 문제를 남측의 경제적 지원, 특히 전력지원에다 연계시키는 전술로 나왔다.

우선 이산가족문제를 주고받는 식의 협상차원에서 다루려는 북측의 자세는 옳지 않다. 이산가족 문제는 무조건 해결해야 할 민족적 과제이다. 그런데도 양측은 이산가족을 위한 면회소 상설과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 항구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양측은 내년 2월말 남북한 각각 100명씩 제3차이산가족교환방문을 하며 3월에는 300명 정도가 서로 서신교환을 하도록 하겠다는 정도의 합의에 그쳤다. 이처럼 일년에 겨우 몇백명씩 만나고 연락을 하게 한다면 수백만명에 이르는 이산가족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문제 역시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다. 50만㎾를 지원하는 데 드는 6000억원이라는 비용도 우리의 지금 경제사정으로는 큰 부담이지만 남북한간의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면서 경제적 지원만 받아내려는 북측의 태도에 계속 끌려만 가야 되는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북측이 경제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이산가족 상봉 등 ‘전시적 행사’를 활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크게 벗어나는 일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북측의 태도에 대해 지적할 것은 분명히 지적하는, 좀더 당당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대표단의 자세가 다소 의연해졌다고는 하나 우리측은 북측에 전달해야 할 국군포로 납북자송환촉구 국회 결의안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좀더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남북한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태도 못지 않게 우리의 대북(對北)자세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