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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시대]미국 국익우선-힘의 외교 촉각

입력 | 2000-12-17 18:37:00


미국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차기 대통령에 사실상 확정되면서 지구촌의 열강들은 미국의 대외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익’과 ‘힘의 논리’를 앞세우며 초강대국 미국을 이끌어 갈 부시 당선자를 지켜보는 열강들의 시선은 불안과 낙관으로 엇갈리고 있다.

▽중국〓다소 긴장하는 모습이다. 장쩌민(江澤民)주석은 14일 부시 당선자에게 보낸 축전에서 중―미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강조하고 미국이 대만으로 기울지 않도록 간접 경고했다.

공화당은 10월 필라델피아에서 외교안보를 주제로 열린 제37차 전당대회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국’으로 규정, 대만이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적절히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부시 당선자와 참모들은 중국을 안보상의 위협과 많은 문제를 지닌 잠재적인 경쟁국으로 보고 있어 구체적인 정책 시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마찰이 예상된다는 것.

부시 당선자는 특히 국가미사일방어(NMD) 및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를 계속 개발하고 통상과 안보를 분리, 대만에 방어용 무기도 판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낙관론도 없지 않다. 중―미관계의 악화는 중국 시장에서 미국의 이익이 위협받고 중―러동맹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 탕자쉬안(唐家璇)외교부장은 13일 “중―미관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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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권과는 달리 공화당은 미―일동맹을 중시해 일본의 입지가 더욱 튼튼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가 부시 당선자에게 보낸 축전에서 “일―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도 없지 않다. 부시 행정부가 ‘국익 중시’ ‘미군 배치의 재고’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의 동맹국 역할 증대’를 강조, 일본에 역할 분담을 늘리라고 요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계 리처드 아미티지 전국방차관보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오키나와(沖繩)주둔 미군을 감축하고 일본의 역할 분담을 늘리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부시 행정부의 출범은 NMD 체제를 미국과 공동 연구하고 있는 일본의 대중 정책과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낙관적 분석이 많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 러―미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당초의 우려와는 대조적인 셈.

양국 사이의 현안은 미국의 대러 경제 지원과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개정 등 군축 문제. 부시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 러시아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중한 대러 경제 지원과 ABM협정 개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의 알렉세이 골라예프 국제부장은 “부시 당선자는 선거 당시 보수층을 의식한 강경한 공약과는 달리 집권하면 현실적인 대러 외교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미국 캐나다연구소의 세르게이 로고프 소장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러 정책에는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소의 발렌틴 조린 교수는 “부시 당선자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며 “역사적으로 공화당 정권하에서 양국 관계가 진전되는 계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유럽〓부시 당선자가 ‘미지의 인물’이어서 일말의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그가 ‘강한 외교’를 공약해 온 데다 곧 짜여질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마저 ‘미국 이익 중심적’이라는 점에서 다소 긴장하고 있는 것.

특히 부시 당선자가 NMD 체제의 구축을 공약해 왔기 때문에 외교적 마찰을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은 이로 인해 군비 경쟁이 초래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유럽의 독자 방위체제 구축 움직임도 뜨거운 쟁점이 될 수 있다. 2003년까지 6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 창군 작업에 들어간 유럽과 부시 행정부가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것. 반면 부시 당선자는 발칸에 배치된 나토 평화유지군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중동지역 등으로 옮길 것을 공약, 충격을 주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위험 분담’이라는 나토의 안보 개념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유럽 국가들은 통상 및 환경 문제에서도 부시 행정부와는 절충과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