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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코리아로 가는 길]'인터넷경매' 닷컴기업 전유물 아니다

입력 | 2000-12-18 19:00:00


나이 드신 분들은 택시요금을 흥정하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손가락으로 가격 흥정하여 간신히 귀가하던 기억도 생생하다.

아직도 재래시장에서는 가격 흥정이 벌어진다. 또한 부동산이나 고가 미술품, 농수산물 등은 그동안 계속 ‘경매’를 통해 매매가 이루어져 왔다. 불편하기도 했던 가격 흥정과 특정물품에 국한됐던 경매방식이 인터넷의 폭발적 보급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주위로 돌아오고 있다.

인터넷의 생활화는 이러한 흥정이나 경매를 전보다 훨씬 쉽게 만들었다.

인터넷 경매는 이제 대부분의 전자 쇼핑몰에서 진행되고 거래대상 물품도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보급으로 인해 상거래비용이 줄어들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시하던 기존 시장메커니즘에 많은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곧 바로 인터넷상의 거래를 기본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모델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고 학술연구 활동에도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UC 버클리대학의 배리안교수는 이 분야에 수백여개의 박사학위 논문과 컨설팅사업이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인터넷경매를 단순히 닷컴기업의 한 사례 정도로 본다면 이는 잘못이다.

시장실패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21세기 시장구조에서 당사자간 흥정이나 경매방식이 보다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능케 한다는 구조적인 장점을 봐야 한다.

현재 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거래에서 10% 정도만 경매 등 맞춤형 가격제도로 전환된다면 이는 엄청난 규모가 될 수 있다. 몇몇 닷컴기업의 전유물은 절대 아니다.

이러한 거래 메커니즘은 다양하다. 현재 많은 사이트에서 채택한 경매방식은 단순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여러가지 단점도 있다. 같은 제품을 고객마다 다른 가격에 사게 되어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 한 사람만이 승리하는 경쟁 구도에서 ‘패자’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이밖에 거래당사자 수의 규모, 거래중개자 여부, 지불수단, 가격과 품질 동시경매, 구매자와 공급자간 협상력 균형여부, 각종 도덕적 해이 문제 등 다양한 거래방식도 있다. 이같은 거래방식의 적절한 조합에 따라 혁신적인 맞춤형 거래방식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에는 기업의 경영진이 비용절감, 현명한 마케팅, 적극적인 혁신에 노력했지만 신경제에서는 우수한 제품을 설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에 적합한 거래 메커니즘을 제대로 설계하느냐의 여부가 제품지명도, 고객충성도 및 이윤확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제는 보다 우수한 거래방식의 설계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정찰제, 고정가격제에 기반한 경제시대는 서서히 그 역할이 감소할 것이다.안병훈(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bhahn@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