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벌거벗고 세상 속으로 오지 않고 유형(Types)과 형상(Images)으로 왔다. 인간은 이미지를 거쳐 진리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성경 빌립보서에 나오는 말이다. ‘법과 종교’ ‘법사회학’ ‘법사상사’ 등 기초법 분야를 가르치고 연구해온 서울대 법대 최종고(崔鍾庫)교수는 이처럼 법도 ‘상징(Symbol)’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른바 ‘법상징학(Legal Symbolics)’. 최교수는 최근 ‘법상징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펴내 법상징학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를 하고 있다.
“법이라고 하면 ‘법전에 쓰여있는 깨알같은 글씨’와 ‘그것을 집행하는 권위적이거나 고리타분한 법률가’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과 정의도 문학과 조각 회화 음악 등의 상징을 통해 잘 표현되고 이해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뢰머베르크 광장에 서 있는 ‘정의의 여신상’을 생각해보자.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서 있는 이 여신상은 수천마디 말이나 개념보다 법과 정의를 더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5·18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장인 서울고법 권성(權誠)부장판사(현 헌법재판관)가 ‘항장불살(降將不殺)’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상징적 논리를 전개한 일도 있다.
최교수는 “법철학이나 법사회학 법사학 등과 마찬가지로 법상징학도 궁극적으로는 ‘상징’에 의존해 ‘법이란 무엇인가’를 찾아나서는 또 하나의 지적 모험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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