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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엿보기]텍사스 레인저스의 선택

입력 | 2000-12-18 19:33:00


텍사스가 2억5200만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배팅하며 프리에이전트 최대어로 손꼽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품에 넣는데 성공했다.

이번 계약으로 로드리게스는 연평균 2520만달러의 연봉을 받게됐으며 이 수치는 스토브리그 이전 2000만달러 정도로 예상했던 그의 몸값을 500만달러 이상 높여놓은 액수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탁월한 역량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사례라고 볼수 있다.

2500만달러라면 올시즌 메이저리그 최저연봉팀인 미네소타 트윈스의 총연봉인 1600만달러보다 무려 9백만달러 이상이 많은 액수이며 캔자스시티나 플로리다 같은 구단의 전체연봉을 능가하는 거액이다.

즉 다시말해 텍사스는 메이저리그의 한 구단의 전체연봉보다도 많은 액수의 돈을 로드리게스 한선수에게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 알찬 수확 거둬▼

텍사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알찬 수확을 거둔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외에도 안드레스 갈라라가, 캔 캐미니티, 랜디 벨라데 등 팀전력을 극대화시킬수 있는 선수들을 성공적으로 영입한 텍사스는 이들의 가세로 내년 시즌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선을 구축할수 있게 됐다.

랜디 벨라데는 팀의 취약점인 1번 타순에서 노련함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고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갈라라가는 기존의 이반 로드리게스, 라파엘 팔메이로와 함께 중심타선에서 막강한 파워를 보여줄 것이다.

여기에다가 관록이 돋보이는 러스티 그리어, 캐미니티와 유망주들인 게이브 카플러, 루벤 마테오까지 가세한 텍사스의 타선은 그야말로 상대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잡을 만큼의 엄청난 위력을 지니게 됐다.

▼투수력은 얼마나?▼

그러나 텍사스가 이처럼 막강한 타선을 구축했다고 해서 내년시즌에 지구우승이나 나아가서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나 최근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들의 면모를 살펴보더라도 월드시리즈 우승의 절대적인 조건은 막강한 타력이 아니라 안정된 투수력이 우선시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텍사스는 그들의 타선을 메이저리그 최고수준까지 끌어올려놓는데는 성공했으나 이러한 타선을 뒷받침해줄 투수력을 보강하는데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이 예상되는 것이다.

텍사스는 앞으로 특별한 보강이 없다면 내년시즌 캐니 로저스, 릭 헬링을 축으로 라이언 글린, 덕 데이비스, 대런 올리버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을 구성하게 된다.

1, 2선발을 맡게될 로저스와 헬링은 두자리승수를 기록할 능력은 있는 투수들이지만 다른 팀들 - 애리조나의 랜디 존슨, 커트 실링이나 뉴욕 양키즈의 마이크 무시나, 로저 클레멘스, 애틀란타의 그렉 매덕스와 탐 글래빈 - 에 비해 확실히 한수 아래의 투수들이다.

더구나 덕 데이비스나 라이언 글린은 모두 빅리그 경력이 1, 2년에 불과한 신인급이나 다름없으며 대런 올리버는 올시즌 불과 2승밖에 거두지 못한 하향세에 있는 투수이다.

텍사스의 타선은 올시즌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없는 상황에서도 0.283의 팀타율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더구나 이 성적은 팀타선의 핵인 이반 로드리게스와 팀내 최고유망주인 루벤 마테오가 부상으로 시즌 중반에 빠진 상황에서도 이루어낸 기록이다.

차라리 2억5000만달러의 돈으로 마이크 무시나, 마이크 햄튼, 앤디 애쉬비, 캐빈 에이피어 같은 일급 선발투수들 몇명을 영입해 선발진을 강화했더라면 텍사스의 내년시즌 성적에 대해 훨씬 더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을 것이다.

아래의 두가지 사례를 살펴보며 이번 텍사스의 선택이 내년시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를 예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먼저 시애틀 매리너스.

1998년 시애틀은 알렉스 로드리게스, 캔 그리피 주니어, 에드가 마르티네스, 제이 뷰너로 짜여진 막강한 타선을 구축하며 그해 233개의 홈런을 기록, 당당히 아메리칸리그 홈런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팀이 거둔 승수는 고작 76승에 불과했다.

다음은 신생팀인 템파베이 데빌레이스.

2000시즌을 앞두고 템파베이는 그렉 본, 비니 카스티야를 영입하며 기존의 호세 칸세코, 프레드 맥그리프와 함께 살인타선으로 불리울 만큼 막강한 중심타선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 네명의 선수는 99시즌 144홈런, 419타점을 합작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선보이며 2000시즌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게 했지만 이들은 고작 70홈런, 252타점을 합작하는데 그치며 팀관계자를 크게 실망시켰다.

믿을게 못되는 것이 타력이다.

김용한 /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