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이 밴드 ‘비트겐슈타인’으로 돌아왔다.
밴드 활동은 97년 ‘넥스트’해체 이후 4년만이다. 그는 지난 4년간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솔로 음반 ‘모노크롬’을 낸 적 있다.
새 음반 ‘우끼는 전자가극단’은 이전보다 가볍다.
신해철은 ‘록 베이스 칵테일’이라고 설명했다. 록을 토대로 여러 가지를 ‘재미있는 록 놀이’를 마냥 섞었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놀이’를 강조했다. ‘넥스트’시절 연주 패턴이나 사운드, 철학적 주제를 심각하게 ‘연구’했다면 이번에는 음악 놀이 자체를 앞세웠다는 것. 제목 ‘우끼는 전자가극단’도 그동안 자기 음악을 지배해온 심각함에 대한 ‘탈피’의 의미다.
“문득 음악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깨달음이 왔어요. 그동안 파헤쳐온 것을 제쳐두고 음악이 진정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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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은 없다. 굳이 방송 홍보용으로 꼽으면 “‘오버 액션맨’을 생각하고 있다”고.
수록곡은 ‘칵테일 음반’답게 다양하다. 타잔의 ‘아∼아∼’나 극장 변사의 말투를 효과음으로 넣은 ‘비트겐슈타인’, 록발라드풍의 ‘프렌즈’, 전자 악기와 록을 복고풍으로 감칠맛을 낸 ‘오버 액션맨’, 정통록에 가까운 ‘시니컬 러브 송’, 라이브 공연장의 휘몰아치는 록 열정을 담은 ‘소년아 기타를 잡아라’ 등. 신해철이 직접 쓴 가사들은 ‘남자답게’의 허구를 꼬집은 수록곡 ‘수컷의 몰락’처럼 한국 남성의 현주소를 짚은 게 많다.
신해철은 “다양성은 한국 가요의 숙제이지만 록 진영 내부도 다양하지 않다”며 “외국에서는 자주 쓰지도 않는 ‘핌프록’이란 말이 서태지 이후 어느새 그럴듯하게 자리잡는 게 한국 록의 문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신해철 외에 임형빈(22·보컬 랩)과 데빈 리(24·기타 베이스)가 사운드를 이룬다. 임형빈과 데빈 리는 이번이 데뷔 음반이다. 임형빈은 한국외국어대를 휴학 중이고 데빈 리는 미국 뉴저지의 러트거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신인 멤버와 신해철 카리스마의 조화가 관건. 10여년 한국 록 진영에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해온 신해철이 신인에게는 ‘거인’이다. 그러나 신해철은 “음반은 우리 셋이 신나게 음악놀이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며 “내가 주도했던 ‘넥스트’음반과는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임형빈 등도 “1여년간 함께 ‘놀면서’ 우리 세대의 록과 해철이 형의 록을 자연스럽게 접목시켰다”고 말한다.
‘비트겐슈타인’은 23∼25일 서울 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고요한 밤 & 광란의 밤’이라는 타이틀로 첫 콘서트를 갖는다. 02―785―6853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