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부정부패, 헌법위반, 국민 기만...
지난 7일 아시아 지도자 중 처음으로 탄핵재판에 회부된 필리핀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혐의 내용이다.
에스트라다는 불법도박 자금을 챙기고 담배세 등에서 돈을 빼돌린 것이 들통나 힐라리오 다비데 탄핵 재판장으로부터 15일 계좌공개를 명령받은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대통령이 뇌물로 받은 돈이 정부(情婦)들의 호화생활에 쓰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자 문제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
18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에스트라다의 여인들은 본처를 포함해 모두 7명. 부인 루이자 로이와 결혼할 당시 이미 영화감독의 딸인 피치 오소리오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둔 상태였으며 술집종업원, 여배우, 여대생, 스튜어디스와 사이에 모두 8남4녀를 둔 것으로 밝혀졌다.
에스트라다 주변의 한 정신과 의사는 대통령의 못 말리는 바람기를 "나르시시즘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소산"이라고 진단했다.
그와 인터뷰한 미국 ABC TV의 앵커 캐롤 심슨은 "인터뷰하면서도 나를 유혹하더라"고 폭로했다고.
부패에다 바람기까지. 갖출 것은 다 갖춘 에스트라다의 추락이 낯설지 않다.
안병률/ 동아닷컴 기자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