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실수가 평생 쌓아올린 업적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얼마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 3급이상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 공직자 특별교육’에서 나온 말이다. 대통령직속기관인 여성특별위원회와 행정자치부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이 자리에는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참석해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여성특위는 중앙부처장과 시도지사 앞으로 공문을 보내 “연말 긴장해이로 성희롱시비나 여성비하발언 등의 실수가 우려된다”며 ‘폭탄주’경계령을 내리기도 했다.
▷올해는 고위공직자의 성희롱시비나 여성비하 발언이 유난히 많았다. 어느 장관은 다른 나라 여성장관과 공단여성근로자에 대해 ‘묘한 얘기’를 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자칫했으면 자리가 날아갈 뻔했다. 정부부처의 한 1급공무원은 여성장관을 빗댄 성차별 발언으로 자리를 물러나야 했다. 그가 30년 동안 공직자로 쌓아올린 궤적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모두 술이 원인이었다. 여성특위가 특강을 마련하고 공문을 띄운 데는 이들의 입이 한몫을 했다.
▷하지만 그같은 교육이 무슨 소용일까. 또 한 고위공직자가 리스트에 올랐다. 이병곤(李炳坤)부산지방경찰청장. 이번엔 취중발언이 아니었다. 바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적인 교양교육을 한 자리에서 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똑똑하면 피곤해, 여자는 좀 얼빵한 그런 맛이 있어야 돼.” 지금은 여성비하나 성희롱과 관련해 무의식적인 농담도 용납되지 않는 시대다.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게 공직자의 자세 아니던가.
▷우리나라는 여성인권에 대해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지난해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은 성희롱과 여성비하행위를 법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다. 여성특위에는 전화 편지 등을 통한 상담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중에도 ‘여자가 똑똑하면 안된다’는 왜곡된 여성관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사회의 밑바탕에 박혀 있는 남성우월주의가 뿌리뽑히려면 아직도 많은 세월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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