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한국과 미국의 경제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기대반 불안반의 심정으로 미국의 정권교체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자유무역주의 입장을 견지해 온 공화당 행정부가 각종 수입규제를 풀고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할 것이라는 점에 일단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처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영만 재미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은 18일 “최근 투자자문회사들이 자산운용을 할 때 주식보유 비율을 높이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기업경영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기업들은 우리 제품의 대미 수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전망을 하고 있다. 김문규 포철아메리카사장은 “부시 정부가 자유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철강 등은 자국산업 보호를 앞세운 의회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에 낙관만 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 내 기업활동의 경우 부시 대통령 당선자측과 교분을 맺은 기업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 가운데는 삼성이 그런 범주에 든다.
부시 당선자가 1995년부터 텍사스 주지사로 6년간 재임하는 동안 삼성은 텍사스주에서 부시진영 인맥과 끈끈한 관계를 구축해왔다. 부시 당선자의 머리 속에는 한국기업 하면 ‘삼성’, ‘삼성’하면 ‘오스틴에서 잘하고 있는 한국의 첨단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있을 정도라는 것.
삼성 오스틴반도체는 전체 직원 1100여명 가운데 90% 이상이 미국인이고 고용규모 기준으로 하면 오스틴에서 10대 기업에 포함된다. 삼성 오스틴반도체의 조찬희부장은 “삼성 오스틴공장은 보수적인 주민들과 오스틴시, 그리고 카운티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 부시 주지사의 유치 의지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은 6·25전쟁 때 28만9000명(연인원)의 텍사스주 젊은이들이 참전해 1724명이 전사 또는 행방불명됐다는 사실에 주목, 참전용사 기념탑 건설 모금에도 동참했다.
이런 인연으로 삼성측은 선거기간 부시의 대변인으로 활약하다 백악관 고문으로 임명된 캐런 휴스와는 수시로 연락을 할 수 있는 친분관계를 구축했다.
텍사스주의 오스틴과 휴스턴에 지사를 두고 있는 LG 전자와 LG필립스LCD도 부시 당선자측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만 연간 3억달러 어치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LG는 앞으로 디지털 TV와 PC를 포함한 주변기기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18일 “부시 주지사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텍사스주 판촉팀들을 중심으로 미 연방 전체에 대한 수출시장 넓히기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현대종합상사 포항제철아메리카 SK 등의 현지법인들도 새 미 행정부가 펴나갈 경제정책과 핵심인사들의 면면을 분석하면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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