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600곡. 하루 8시간씩 들으면 닷새가 걸리는 분량.
영국 음반사 하이피리언의 ‘슈베르트 에디션’이 37번째 앨범을 끝으로 완주의 샴페인을 터뜨렸다. 1987년, 고작 일곱 살에 불과한 군소음반사 하이피리언이 “슈베르트의 가곡 전체를 시리즈로 발매하겠다”고 발표한 뒤 13년만이다. 당시 이 회사는 슈베르트의 탄생 200주년인 1997년에 시리즈를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음반의 수는 ‘25∼40장 정도’로 간신히 가늠했을 뿐.
시리즈 완성의 1등공신은 피아니스트 그레이엄 존슨이었다. 600곡 전곡의 악보를 꼼꼼히 읽고 잘못 전해오는 부분을 교정했으며 제각기 개성이 다른 수십 명의 목소리를 훌륭히 반주해냈다. 음악학자로서도 평판이 높은 그는 ‘연구서’라고 부를 만큼 꼼꼼한 해설을 음반마다 덧붙여 감상자의 이해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완성년도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3대 가곡집’ 등 일부를 제외하고 잊혀졌던 슈베르트의 가곡세계를 재조명하는 데 전집은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소프라노 크리스틴 셰퍼 등 신인들이 발탁돼 ‘그라머폰 상’ 등 유수의 음반상을 휩쓸며 스타대열에 들게 된 것도 전집의 공로다.
마지막 37번째 앨범에는 ‘마지막 해(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가곡집 ‘백조의 노래’를 비롯해 슈베르트가 사망한 1828년 작곡된 노래들을 담고 있다.
하이피리언사와 그레이엄 존슨은 이미 1998년 ‘차기 프로젝트’인 슈만 가곡집 전곡발매를 시작했다. 슈만의 전집은 14장 정도로 구성될 예정. 슈베르트 전집에서의 약속위반을 교훈삼아 완성년도는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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