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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화려한 춤사위 비해 짜임새 부족

입력 | 2000-12-19 19:20:00


10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때 경주 반월성터의 야외무대에 이어 17일까지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우루왕'.

이 작품은 연극적 요소 외에도 무용, 창(唱) 또는 뮤지컬의 노래 등이 어우러진다는 의미로 ‘총체극’이라는 수식어가 사용됐다. 국립극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국립극장에 소속된 4개 단체가 참여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우리 무속의 ‘바리데기’ 설화를 접목시킨 이 작품은 큰 변란을예고하는 일식이 일어나는 가운데 우루왕(김성기)이 딸들에게 효심을 물어 영토를 분배하면서 시작된다.

우루왕은 총애하던 두딸 연지와 가화가 배신하자 광증(狂症)에 시달리며 황야를 떠돌고 막내 딸 바리(이선희)는 지극한 효성으로 아비의 광증을 치료할 명약을 찾는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깊게 울리는 창과 국악 선율에 맞춘 전통 춤사위가 매력적이다. 야외무대에서 실내로 공연장이 바뀌면서 무대가 왜소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 회전되는 둥그런 언덕 무대와 좌우의 망루, 조명을 활용한 무대 장치가 작품의 스펙터클한 느낌을 살려줬다.

‘우루왕의 비극’은 무대가 아니라 짜임새가 부족한 이야기 구조였다.

지나친 욕심 때문일까. 공연 시간 2시간10분동안 20여개의 장면이 100미터 달리기라도 하듯 지나간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화학적인 반응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우루왕’은 없었다. 대신 ‘리어왕’과 ‘바리데기’의 주요 장면이 무대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배우들은 이 장면들을 뒤쫓느라 관객과 교감할 힘을 잃어버렸다. 김성기의 뛰어난 가창력은 기회를 얻지 못해 반짝하다 말았다. 스토리는 드라마게임을 보듯 친절하지만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과 방황은 깊이 다가오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외양의 화려함에 비해 압축의 미와 섬세한 심리 묘사가 아쉬웠다.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