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교육 열풍이 아이를 병들게 하고 있다.
국내에선 일부 극성스런 부모가 미리 지능검사 문제를 입수해 자녀를 연습시켜 사설 영재교육센터에 입학시키는 것이 현실. 이 때문에 영재는 아니지만 ‘똑똑한 아이’가 영재교육을 받으면 오히려 정상적인 뇌 발달에 지장이 생기고 우울증에 빠지곤 한다.
영재는 국내 표준 지능검사인 아동용 웩슬러검사(KEDI―WISC)에서 지능지수(IQ)가 130 이상인 아이. 영재는 상위 2.5%에 불과하지만 15∼30%에 속하는 아이 가운데 상당수가 영재교육을 받고 있다.
미국 보스턴대 심리학과의 엘렌 위너교수는 “영재 교육이 필요한 아이는 1만명 가운데 1명꼴로 굳이 지능지수로 따지면 180에 가깝다”면서 “영재가 아닌 아이가 부모의 뜻에 따라 영재교육을 받다가 진도를 못 따라가면 자책감에 빠져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
영재에게도 영재교육이 미래를 보장하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영재 교육을 받아도 어른 때까지 탁월한 창의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1920∼1930년대 세계를 떠들썩하게했던 음악 신동 70여명 가운데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사람은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 등 6명 뿐.
영재교육을 시키려면 우선 자녀가 영재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IQ도 중요하지만 과제 집착력이 더 중요하다. 한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비로소 ‘영재’.영재는 대개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면 오히려 수준이 뒤떨어지거나 재능을 지닌 분야에 관심을 잃는다. 또 영재는 혼자 지내는 것을 즐기기도 하지만 자신의 관심 분야를 함께 나눌 친구를 찾기 어려워 외톨이로 지내기 쉽다. 이런 영재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부모가 사랑보다 성적을 앞세우다간 자칫 자녀를 망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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