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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캠페인]기업들 자선지원 연계상품 개발

입력 | 2000-12-19 19:23:00


같은 품질, 같은 가격의 두 회사 상품이 있다고 하자. A사는 상품을 팔면 이익의 1%를 빈민구제에 쓰고 B사는 그렇지 않다면 어느 쪽을 사겠는가. 얼마 전 미국에서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 이상이 A사의 상품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소비자의 취향은 변한다. 80년대 미국의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따라 구매를 했지만 90년대 들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가 좌우되는 쪽으로 바뀌었다. 포천지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 항목에서는 ‘기업시민의식’이 ‘건실한 재무구조’나 ‘경영의 질’과 같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변화의 패러다임을 충족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판매와 공익사업 지원을 연결시킨 기업연계마케팅(CRM·Cause Related Marketing)이 부각되고 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 본사가 대표적인 경우. 이 회사는 95년부터 가입자가 카드를 쓸 때마다 0.02달러씩, 신규가입자가 생기면 10달러씩을 ‘SOS(Share our Strength)’라는 국제 구호단체에 기부했다. 4년간 기부액은 모두 1600만달러. 그러나 카드사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통한 매출 신장이라는 더 큰 이익을 얻었다고 자평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양용희(梁龍熙) 시민운동지원기금 사무총장은 “미국에서는 말버러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 대기업과 적십자 YMCA 심장재단 등 비영리단체들이 모두 이런 마케팅에 혈안이 돼 있다”며 이를 “기업과 비영리단체들의 윈―윈 전략”고 소개한다.

“경매도 하고 기부도 하고” “우유도 먹고 결식아동도 돕고…”

국내에서도 이런 ‘두 마리 토끼 잡기’를 강조한 광고들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회사와 수혜자가 받은 이익이나 액수가 정확하게 계산된 적은 거의 없다. 95년 모 전자회사는 자사 제품을 사면 구매가의 1%를 고객이 지정하는 사회복지기관에 후원하겠다는 캠페인을 벌인 뒤 실제로 사회복지기관에 300억원을 내놨다. 그러나 그 1%를 받기 위해 그 회사 제품을 사달라는 광고가 많았기 때문에 지원받은 액수보다 훨씬 더 많은 매출신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서울우유의 결식아동 지원운동, 유한킴벌리의 숲살리기캠페인, SK의 셀프주유시 일정액 결식아동돕기, 한독약품의 훼스탈 매출액 일부의 결식아동돕기, ‘참이슬’ 소주 매출액의 0.2% 결식아동돕기 기금 적립, 공익단체와 연계해 카드사용액의 일정부분을 기부하는 신용카드사의 공익연계마케팅 등도 그런 예다. 햄버거 한 개가 팔릴 때마다 10∼20원씩 적립해 결식아동을 돕는 기금으로 기부하는 롯데리아의 경우도 마찬가지.

가톨릭대 정무성(鄭茂晟·사회복지학)교수는 “이런 마케팅은 향후 공익단체들이 모금을 위해 주목해야 할 방식”이라며 “반면 비영리단체의 지나친 영리화나 해당기업이 사회에 해악을 미칠 경우 비영리단체도 매도될 가능성 등은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말한다. 94년 이후 다양한 기업연계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월드비전(옛 선명회) 박준서(朴俊緖)본부장은 “이런 걱정 때문에 파트너 기업을 고를 때 무척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우리 기업들도 사회공헌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경련 사회공헌팀은 기업 경상이익의 1%를 공익사업을 위해 기부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80여개사가 가입해있다. 150여개사가 모이면 ‘1% 클럽’을 발족시킬 예정. 롯데리아 이철우(李哲雨)대표이사는 “‘강하고 큰 기업’보다는 ‘좋은 기업, 존경받는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기업에 사회공헌활동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