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도로는 무섭게 움직인다. 며칠전 오전 1시경에도 그랬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경기 고양시 고양동까지 퇴근길. 부스스 내리던 겨울비가 두두둑 작달비로 바뀌어 승용차 앞 창문을 두드릴 때에도 옆 창문에선 택시들이 쒸익∼쒸익 지나갔다. 쏴아∼, 바닥의 빗물을 튀기며.
연신내 네거리를 막 지나 갑자기 앞 차들이 멈췄다. 승합차 운전자가 빗길을 무단횡단하는 청년을 미처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났던 것.
그래도 밤 도로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는 듯, 빨리 움직였다. 다음 횡단보도에서 빨간 불이 들어왔지만 차들은 멈추지 않았다. 한두 대의 운전자가 억수같은 비에, 어두운 밤에, 아무도 보지 않지만 ‘쓸쓸히’ 신호등을 지킬 뿐, 모두가 바빴다.
그 바쁜 차들이 구파발을 막 지나 첫 신호등엔 모두 멈춰섰다. 또 사고가 난 것은 아니었다. 바로 직전의 큼지막한 입간판 때문이었을까? 한 꽃집 앞에 세워진 간판엔 느긋하고 바쁘지 않은 내용이 써 있었다.
‘주차하셔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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