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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인터뷰]로 뭉친 스타들, 윤다훈 임창정 등

입력 | 2000-12-19 19:30:00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코미디 배우로 과소비 되고 있는 윤다훈, 넘치는 재능을 주체하지 못하는 임창정, 신선함보단 원숙미로 승부를 봐야 하는 진희경, 처음부터 너무 노출 일변도로 나간 이재은, 연기력은 출중하나 지나치게 칼 같은 이미지의 김상중, 누구 하나 의 히든카드는 되지 못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들은 함께 뭉쳐 히든카드가 됐다.

완전범죄의 미학을 다룬 스릴러 는 이 많은 배우들을 아깝지 않게 활용한 영화다. 톡톡 튀는 '오버 연기'도 나름대로 신선하며, 주인공들의 찰떡궁합 같은 연기도 산만하기 쉬운 이야기 구조를 접착제처럼 탄탄히 붙여놓는다.

이나 같은 할리우드 인디 영화의 분위기를 흡입한 이 영화는, 구성방식이 아주 독특하다. 총 러닝타임 90분 중 40분 지점을 터닝 포인트로 잡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각 사건의 진실을 끼워 맞춘다.

서로 다른 세 팀의 은행강도단이 벌이는 기발한 전략과 전술, 배신을 담은 이 영화는 먼저 포커스를 철저히 블루(임창정)에게 맞춘다. 이건 영화의 반전을 위한 속임수. 레드(진희경), 화이트(김세준), 블루라는 암호명을 지닌 '미션 임파서블' 팀은 다른 은행강도단에 비해 전력이 많이 떨어진다. 이보다 한 수 위의 재능을 지닌 은행 부사장(윤다훈)과 사원(이재은) 커플의 털미 썸딩 팀, 이보다 더 뛰어난 전략을 발휘하는 '막가파' 해룡(김상중), 두산(박준규) 커플의 영웅본색 팀, 이 세 팀은 서로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며 영화 내내 이합집산한다. 미션 임파서블 팀인줄 알았던 블루는 결과적으로 영웅본색 팀이 되고, 텔미 썸딩 팀인 줄 알았던 은행 여직원 은아는 영웅본색 팀이 되는 식으로. 는 이렇듯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재미가 만만치 않은 영화다.

속고 속이는 은행 강도들을 연기한 끼 많은 스타들은 시사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에 너무 만족한다"며 "정말 환상적인 팀웍"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연출을 맡은 정초신 감독은 "워낙 스케줄이 빡빡한 스타들이 함께 만든 영화라 촬영 시간 잡기가 여의치 않았다"며 '환상적인 팀웍' 뒤에 숨겨진 고충을 털어놓았다.

다음은 독특한 범죄액션 에서 웃음과 재미를 책임진 다섯 스타들이 말하는 짧은 영화 이야기다.

윤다훈

"처음부터 영화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알고 보면 저 데뷔도 영화로 했는걸요. 단역 출연한 것까지 합하면 영화 출연작이 아마 10편은 넘을 거예요. 로 어릴 적 꿈을 이룬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2000년은 이래저래 저에겐 의미가 깊은 한 해였어요. 이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는 그 동안 제가 TV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조금 달라요. 재미있기만 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야비하고 독종 같은 녀석을 연기했어요. 처음 이렇게 '나쁜 놈'을 연기했는데....기분이 아주 좋네요. 재미도 있고."

임창정

"좋은 감독, 배우와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보통 영화엔 선과 악이 등장하고 정의가 악을 물리친다는 공식이 정해져 있잖아요. 는 그런 공식을 뒤엎은 영화에요. 우리 영화엔 좋은 사람이 없어요. 온통 나쁜 사람만 등장하죠. 나쁜 사람 중에 조금 덜 나쁘고 조금 더 나쁜 사람이 있을 뿐이에요. 어릴 적 난 왜 완전범죄는 안 될까, 죄를 진 사람은 왜 항상 결국 잡히고 마는 걸까 생각했는데, 이 영화로 완전범죄를 실현해 볼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김상중

"영화보단 TV 드라마를 많이 해서 영화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는 지 잘 모르겠네요. 허나 이야기를 좀 하자면, 요즘 한국 영화는 블록버스터 일색인 것 같아요. 웬만한 한국영화들의 제작비가 어마어마해요. 우리 영환 제가 알기로 돈을 별로 안 들였어요(웃음). 많은 제작비를 들이진 아니지만 때깔 좋게 찍었고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습니다."

이재은

"처음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밋밋한 배역을 맡았냐고 했어요. 에서 제가 좀 튀는 연기를 했잖아요. 이번엔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순정파 은행원...평범한 배역이라 오히려 더 좋았죠.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한 후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 저도 오늘 그 신 스크린으로 처음 봤는데 너무 멋지게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네요."

진희경

"는 절대 심각한 영화가 아니에요. 리얼리티를 따지는 영화가 아니라 만화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코믹한 은행강도 이야기죠. 대중영화니까 열린 마음으로 보셔야 해요. 괜히 이런 설정은 잘못됐네, 이건 영화 속 오류네 하고 따지면서 보면 재미없을 거예요."

황희연benotbe@donga.com